2010년부터 부산 사상공단의 한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윈아무개(23·베트남)는 100만원가량의 월급 대부분을 베트남에 있는 가족한테 송금했다.
고향에 있는 가족한테 연락을 자주 하고 싶었지만 값비싼 국제전화 요금은 그의 월급으론 감당할 수 없었다.
윈은 노트북을 사기로 했다. 인터넷 통신료만 내면 노트북의 인터넷 화상 대화를 통해 큰 비용 걱정없이 베트남의 가족과 연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윈은 노트북을 사려고 자신의 생활비를 쪼개어 모았고, 4년 만인 지난해 3월 중고 노트북을 구입해 가족과 화상 대화를 하며 향수를 달랬다.
1년 동안 노트북을 통한 화상 대화로 가족을 만났던 윈은 지난달 사상구 감전동에 있는 자신의 숙소에서 노트북을 도둑맞았다. 그는 노트북을 잃어버린 뒤 가족과 대화를 나누지 못해 괴로워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숙소만 노려서 노트북 등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가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9일 외국인 노동자의 숙소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김아무개(2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달 3일 오후 4시께 부산 사상구의 한 외국인 노동자의 숙소에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 85만원어치의 노트북 1대를 훔치는 등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10차례에 걸쳐 1000여만원의 노트북과 귀금속 등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베트남과 필리핀 등 본국의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인터넷 화상 대화를 하려고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점을 노리고 주로 노트북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거나 외출할 때 숙소의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가는 경우도 있고, 한국말도 서툴러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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