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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흡연과 폐암 개별적 인과관계 인정 어렵다” ‘담배 소송’ 원고 패소

등록 2014-04-10 11:18수정 2014-04-10 15:47

소송 제기 15년만에 원심 확정…제조사 손들어줘
15년 동안 진행된 ‘담배 소송’이 제조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오랜 흡연자로 후두암과 폐암에 걸린 김아무개씨 등 30명이 케이티엔지(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재까지 제기된 담배소송은 모두 4건으로, 오늘은 1999년 가장 먼저 제기된 2건에 대해 선고한 것이다. 두 소송의 원고는 애초 36명이었지만 소송이 길어지면서 암으로 숨지는 이들이 생겨 30명으로 줄었다.

재판부는 “케이티앤지가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거나,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없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흡연자가 담배를 피웠고 또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는 둘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담배와 그 연기 속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거나 이로 인해 건강상 위해 또는 의존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기호품인 담배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제조사가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은폐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원심의 판단을 모두 인정한 셈이다. 담배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1999년 처음 소송이 제기된 지 15년 만이다.

원고 쪽은 판결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소송을 대리한 배금자 변호사는 “흡연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1년에 5만8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대법원 판결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과 보건권을 무시하고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준 시대 역행적이고 부당한 판결”이라며 “이미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담배의 중독성과 해악성이 입증돼, 거액의 배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은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최대 3000억대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등 흡연과의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질병에 대한 건강보험정보를 분석해,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증명한다는 방침이다. 건보공단은 국내 제조사인 케이티앤지 뿐만 아니라, 필립모리스·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 등 외국 제조사를 상대로도 소송을 낼 계획이다. 그러나 담배 판매로 인한 세입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건보공단의 상급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담배 소송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어서, 이번 판결로 소송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건보공단은 흡연자의 암 발병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2.9~6.5배 높고, 흡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어느 정도 예측된 것이었다며, 이번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흡연 피해에 대한 배상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도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미국 등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흡연 피해를 당한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긴 사례는 없었다. 미국도 흡연과의 관련성을 증명할 방대한 자료를 가진 지방정부 등이 나섰을 때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을 가졌다. 건강보험공단의 흡연 피해 소송은 예정대로 이르면 다음주 초 소장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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