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폐암 개별적 인과관계 부인
대법원, KT&G 손 들어줘
원고 7명중 6명 재판과정 사망
대법원, KT&G 손 들어줘
원고 7명중 6명 재판과정 사망
15년 동안 진행돼온 ‘담배 소송’이 제조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방아무개(65)씨 등 30명이 ‘오랜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며 케이티앤지(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4억7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금껏 제기된 담배 소송은 모두 4건이며, 이날 선고는 1999년 가장 먼저 제기된 2건에 대한 확정 판결이다. 두 소송의 원고는 암 환자 7명과 그 가족들로, 환자 7명 가운데 6명은 재판 과정에서 숨졌다.
재판부는 “케이티앤지가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 표시상의 결함이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된 결함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흡연과 폐암의 일반적 연관성은 인정하면서도 “특정 흡연자가 담배를 피웠고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는 둘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케이티앤지가 고의적으로 정보를 은폐하는 등 위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첨가제 투여나 니코틴 함량 조작으로 의존증 유지 등의 위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항소심은 원고들 중 4명은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니코틴 의존을 질환으로 인정하더라도 흡연은 흡연자가 선택한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 쪽은 강하게 반발했다. 소송을 대리한 배금자 변호사는 “흡연 사망 인구가 1년에 5만8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법원 판결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성명을 내어 “이미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담배의 중독성과 해악성이 입증돼 거액의 배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생명권과 보건권을 무시하고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준 시대 역행적이고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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