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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00마리 동물들 안식처’ 수의사 압력에 폐관?

등록 2014-04-10 21:20수정 2014-04-11 14:43

한국동물테마파크에서 구조해 보호하고 있는 유기동물들. 출처 동물테마파크 카페.
한국동물테마파크에서 구조해 보호하고 있는 유기동물들. 출처 동물테마파크 카페.
포항시 동물테마파크 폐관 위기
사비 10억 털어 만든 최복자씨
자원봉사 등으로 치료비 하락
“수의사협회서 ‘진료 말라’ 압박”
협회쪽 “압력 넣은적 없어” 해명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기견 7마리가 가족을 이루며 사는 컨테이너 근처였다. 보신탕 가게 주인은 유기견들이 동네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총을 쏘았다.

2005년 6월24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벌어진 ‘유기견 총격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최복자(54)씨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것도 아니고, 동네에서 잘 뛰어놀던 애들이었어요. 공포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살아남은 애들을 데리고 오면서 유기동물을 돌보기로 결심했어요.”

최씨는 그날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가 봉사활동을 한 유기견 보호소도 문제가 많았다. 냉장고에서 개고기가 발견된 것이다. 결국 포항시에서는 가장 열성을 보이는 최씨에게 보호소 운영을 부탁했다. 약사인 최씨는 사비 10억여원을 들여 2008년 4월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한국동물테마파크’를 세웠다. 현재 이곳에는 새 보호자를 기다리는 유기동물 300여마리가 머물고 있다.

그러나 최씨는 6년 만인 지난달 24일 포항시에 동물테마파크의 문을 닫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역 수의사협회의 ‘압력’을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병이 들거나 심하게 다쳐 있기 마련인 유기동물은 수의사의 진료 없이는 입양되기가 힘든데, 3년 전부터 부쩍 수의사협회의 압력이 심해졌어요. 시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내고, 압력을 넣어 건강검진을 지원하던 동물병원 선생님 두 분도 더이상 지원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동물테마파크와 협약을 맺은 동물병원 6곳은 건강검진 등을 저렴한 값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진료비 기준이 전체적으로 낮아지자 지역 수의사협회가 엉뚱한 압력을 넣고 있다고 최씨는 주장한다.

최씨는 “포항시에서 다달이 1150만원을 지원받지만 늘 적자”라고 했다. 지출 내역을 들고 지난달 수의사협회를 찾아가 봤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이에 대한동물약국협회는 10일 성명을 내어 “포항시 수의사회는 한국동물테마파크에 대한 유언비어 유포를 중단하고, 한국동물테마파크가 정상화할 수 있는 구체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동물테마파크 운영 유지를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10일 오후 4시 기준으로 1만명 넘는 사람이 서명에 참여했다.

지역 수의사협회는 최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경북수의사회 포항시분회 소동물임상수의사협회의 김학동 회장은 “우리도 동물테마파크가 계속 운영되길 바란다. 수의사들에게 지원을 그만두라고 압박을 넣을 이유도 없고, 수의사들도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며 “테마파크 지원금이 얼마나 되는지 시청에 한번 물어본 것밖에 없다”고 했다.

포항시도 난감한 처지다. 포항시청 축산과 관계자는 “우리가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에서도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오해가 쌓인 부분을 풀어서 동물테마파크가 계속 운영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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