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치사와 살인 차이는
상해치사죄와 살인죄를 가르는 기준은 ‘살인하려는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다. 사람을 죽이려는 적극적 고의, 또는 적어도 ‘죽을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는 정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살인죄가 성립한다. 범죄의 결과로 사람이 죽어도 ‘살인의 고의’가 없다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는다. 폭행치사죄와 과실치사죄도 그런 경우다.
울산 아동 학대 사망 사건에서는 ‘미필적 고의’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박아무개씨가 “아이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도록 주먹과 발로 폭력을 행사”했고, 숨진 아동의 갈비뼈가 16개나 부러졌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정신을 잃은 의붓딸을 살리려고 119에 신고했고, 당황한 박씨가 소리를 지르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과정이 119 신고센터에 녹취돼 있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한마디로 살해하려는 마음으로 때리지는 않았다는 판단이다.
경북 칠곡 사건에서는 검찰이 기소 단계부터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숨진 아동이 임아무개씨에게 폭행당한 뒤 장기 파열로 이틀 뒤 숨진 점 등을 종합하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이 살인죄 적용을 주장해왔지만, 검찰은 1심 선고 형량이 낮아 항소는 하겠지만 적용 혐의를 상해치사에서 살인으로 바꾸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살인이냐 상해치사냐에 따라 형량은 크게 달라진다. 형법은 범죄의 결과와 함께 동기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그친다. 대법원이 만든 양형기준은 살인죄의 경우 가장 죄질이 안 좋은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등 5가지 유형으로 나눠 최하 징역 3년에서 사형까지를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상해치사죄는 죄질 등을 따져 징역 2~7년을 선고하라고 돼 있다. ‘잔혹한 범행 수법’과 ‘어리고 취약한 피해자’ 등 ‘특별 가중 요소’가 있으면 형량을 50% 가중할 수 있다. 양형기준표는 여기에 다른 죄목이 더해지면 애초 형량에 50%를 덧붙이도록 하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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