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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이 북 비판 기사 주문…인터넷언론이 쓰고 국정원이 퍼트려

등록 2014-04-13 19:45수정 2014-04-14 08:52

검찰 수사과정서 유착관계 드러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은 국기를 뒤흔들었지만, 국정원과 보수 인터넷언론의 공생 관계를 민낯 그대로 드러내는 의외의 ‘성과’를 남겼다. 국정원은 국가 예산으로 일부 언론사를 ‘관리’했고, 그런 언론사들은 주문 기사를 생산해냈다. 이렇게 생산된 기사는 국정원의 여론 조작 활동에 활용했다.

지난달 10일과 이달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 개입 혐의 재판에서는 국정원과 보수 언론의 유착 관계가 드러났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국정원 트위터팀(안보5팀) 3파트장인 장아무개씨는 2009년 4월 한 인터넷 언론사 간부에게 ‘또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장씨는 “개성공단 남북 당국자 접촉과 관련해 ‘사전에 날짜와 참석자 등을 통보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 나열하는 등의 북한의 몰상식한 태도를 지적하면서 남북관계 파행 원인은 북한에 있다’고 강조하는 칼럼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부탁을 받은 언론사 간부가 장씨의 요청을 반영한 칼럼을 썼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지목한 글은 2009년 4월23일 <브레이크뉴스>에 실린 문일석 발행인의 ‘북한은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석방하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이 칼럼은 “북한은 사전에 날짜, 장소, 참석 인원 등의 조율 절차도 생략하고 일방적 통보식의 접촉을 유도, 생뚱맞은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청탁은 국정원이 평소 인터넷 매체들을 ‘관리’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장씨의 개인 전자우편에서 ‘인터넷 매체 관리 대상 명단’을 발견했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언론사 대표와 국장, 보수단체 대변인, 보수 성향 교수와 연구소 연구원, 인터넷 카페 운영자 등 31명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장씨는 민간인 협력자 송아무개씨에게 이 명단을 여러 차례 보내 ‘선물을 전달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선물 구입은 무슨 돈으로 했을까? 장씨는 송씨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예산도 줄고 해서 별 도움이 안 되네요. 일단 이 정도 부탁드릴게요. 예산이 별로 없어서”라고 적었다.

국정원 트위터팀은 주문 생산된 기사를 전파하는 게 주임무였다. 장씨는 송씨에게 전자우편으로 뉴스 링크를 주며 전파·확산을 지시했다. 장씨는 송씨 외에도 자신의 친구인 정아무개씨에게 트위터 계정을 만드는 방법, 팔로어 늘리는 방법, ‘트위트 덱’ 등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해 특정 기사를 확산하는 방법 등을 정리해 전자우편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장씨는 이런 혐의를 부인한다. “지인이 트위터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활용법을 정리해 보내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인터넷 언론사 간부들에게 보낸 선물에 대해서는 “명절 선물을 보낸 것뿐이다. ‘예산’이라는 말은 개인 주머닛돈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국정원이 보수 언론 기사를 ‘트위트 봇’, ‘트위트 덱’, ‘트위트 피드’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으로 자동 게시·리트위트(재전송)한 사실은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 분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야당 의원들이 범죄일람표 중 지난해 10~12월 두달간 트위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정원이 게시하거나 리트위트(재전송)한 글의 출처는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인 <독립신문>(64건), <푸른한국닷컴>(55건), <데일리안>(43건), <엔케이(NK)데일리>(42건), <뉴스파인더>(38건), <뉴데일리>(34건), <미래한국>(14건) 등이 많았다. 국정원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종합일간지 기사는 특정 기사를 골라 수시로 게시 또는 리트위트했지만, 이들 보수 인터넷언론의 뉴스는 통째로 자동 게시하거나 리트위트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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