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대참사] 세월호 침몰원인 뭔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16일 밤늦게까지도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침수 대비 안전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수준의 파공(구멍)이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교수(기관공학부)는 “세월호 같은 배의 경우 특정 구역이 침수되면 그 구역의 물이 다른 쪽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밀문을 닫아 배의 침수를 막는다. 그러나 세월호는 큰 파공이 생기면서 갑자기 물이 쏟아져 들어와 기관실까지 침수가 된 것 같다. 기관실 발전기가 나가면서 전력 상실 상태가 됐고 수밀문을 통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쿵소리 뒤 급격히 침몰
화학물질 폭발 가능성
인천 출항 2시간 늦어
안개때문 아닐수도
조난위치 정상항로서 10km 벗어나
진도주민 “제주항로와 달라 이상”
일반적인 파공이 생긴 선박이 2~3시간에 걸쳐 서서히 침수되는 것과 달리 세월호가 20분 만에 급격하게 침몰한 것도 상당히 큰 규모의 파공이 생겼으리라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특히 3~5층 객실과 달리 1~2층은 충격에 대비한 격벽 구조가 아니어서 충격으로 인한 파공이 더 크게 생겼을 것이란 분석이다. 파공 원인에 대해서는 세월호에 선적된 화물 가운데 위험물질에 의한 폭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세월호는 657톤의 화물을 싣고 있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항해학부)는 “꽝 하는 소리와 동시에 배가 급격하게 기울었다는 점을 보면, 컨테이너 안에 있는 화학약품 등이 반응해 폭발하면서 선체에 큰 손상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화물을 선적할 때 위험물 표시를 하긴 하지만 해운업체 쪽에서 그런 관리를 잘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 원인조사반 관계자는 “화물 목록은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다. 현장에서 목록 입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암초로 인한 좌초 가능성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공길영 교수는 “해양조사원과 진도 쪽 관계자들에게 확인해보니 그쪽 해역은 암초가 없고 몇개 있는 암초도 다 표시가 되어 있어서 암초 충돌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암초와 부딪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인식 충남대 교수(선박해양공학과)는 “사고 지점과 침몰 지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고가 난 뒤 관성에 의해 배가 떠밀려 침몰 지점에서 발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몰 당시 선체가 왼쪽(좌현)으로 기울면서 빠르게 침수된 것과 관련해 세월호를 자주 이용했다는 한 시민은 “1~2층에는 3.5톤 또는 5톤 트럭이 화물을 가득 실은 채 실려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배가 더 빨리 기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에는 차가 150여대 실려 있었다.
선체 자체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목격자들의 말과 당국의 조사 상황을 종합하면, 세월호는 애초 15일 저녁 7시에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2시간이 지연돼 밤 9시에야 인천 여객터미널을 떠났다. 청해진해운은 16일 브리핑에서 “안개 때문에 출항 시간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제주 항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선박조종사 김태진씨는 “7000t에 가까운 세월호는 웬만한 기상 상황에서는 정상 운항을 한다. 기상이 아주 안 좋을 경우엔 아예 출항이 취소되는 일은 있지만, 출발이 지연되는 일은 거의 없다. 선박에 문제가 있어서 정비를 하느라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이 일본에서 도입한 6825t급 정기 여객선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건조된 지 20년이 지난 중고선박이다. 일본 연해에서 여객선으로 운항되던 이 배는 국내에 도입된 뒤로는 인천~제주선에 투입됐다. 국내에서 운항되는 선박은 운항 전에 한국선급을 통해 선박 검사를 받는데,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구조 변경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선급 등록선업무팀 관계자는 “선주의 요청에 따라 구조 변경이 있었다. 구조 변경은 안전성 검사를 모두 통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 변경과 관련해 객실을 증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인천지방해운항만청 관계자는 “증축은 사실과 다르다. 관련 규정에 따라 한국선급에서 안전 검사를 거쳐 정원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2등 항해사 ㄱ씨는 “1994년에 건조해서 2013년에 중고로 사온 배라면 관리 부실에 대한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 20년 된 배면 노후해 변기 물도 잘 안 내려가는 등 관리가 많이 필요하다. 국내 항로 선박은 안전 검사가 국제선 선박에 비해 덜 까다로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항로 이탈이 사고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날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이 낸 자료를 보면, 세월호의 조난 위치는 정상 항로에서 벗어나 있다. 침몰 인근 지역인 진도군 서거차마을 허학무 이장은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원래 항로는 병풍도 남쪽인데 북쪽에서 침몰했다. 원래는 큰 배들이 남쪽으로 다니는데,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해진해운은 오후 브리핑에서 “항로 이탈 가능성은 확인된 게 없다. 정상 항로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쿵소리 뒤 급격히 침몰
화학물질 폭발 가능성
인천 출항 2시간 늦어
안개때문 아닐수도
조난위치 정상항로서 10km 벗어나
진도주민 “제주항로와 달라 이상”
일반적인 파공이 생긴 선박이 2~3시간에 걸쳐 서서히 침수되는 것과 달리 세월호가 20분 만에 급격하게 침몰한 것도 상당히 큰 규모의 파공이 생겼으리라는 추측을 뒷받침한다. 특히 3~5층 객실과 달리 1~2층은 충격에 대비한 격벽 구조가 아니어서 충격으로 인한 파공이 더 크게 생겼을 것이란 분석이다. 파공 원인에 대해서는 세월호에 선적된 화물 가운데 위험물질에 의한 폭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세월호는 657톤의 화물을 싣고 있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항해학부)는 “꽝 하는 소리와 동시에 배가 급격하게 기울었다는 점을 보면, 컨테이너 안에 있는 화학약품 등이 반응해 폭발하면서 선체에 큰 손상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화물을 선적할 때 위험물 표시를 하긴 하지만 해운업체 쪽에서 그런 관리를 잘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 원인조사반 관계자는 “화물 목록은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다. 현장에서 목록 입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암초로 인한 좌초 가능성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공길영 교수는 “해양조사원과 진도 쪽 관계자들에게 확인해보니 그쪽 해역은 암초가 없고 몇개 있는 암초도 다 표시가 되어 있어서 암초 충돌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암초와 부딪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인식 충남대 교수(선박해양공학과)는 “사고 지점과 침몰 지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고가 난 뒤 관성에 의해 배가 떠밀려 침몰 지점에서 발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 헬기가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위를 선회하며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뉴스와이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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