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 게시판에 세월호에 탄 친구들이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글이 적혀 있다. 안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배·비행기 이용 작년에만 1775개교
매뉴얼 대부분 버스 탑승 관련내용
학생들 따라야할 탈출방법 등 ‘전무’
교육부, 100명 이내 여행 권장
단원고는 그마저도 안지켜
배·비행기 이용 작년에만 1775개교
매뉴얼 대부분 버스 탑승 관련내용
학생들 따라야할 탈출방법 등 ‘전무’
교육부, 100명 이내 여행 권장
단원고는 그마저도 안지켜
선박이나 항공기를 타고 제주도나 국외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교육부가 새로 마련한 ‘수학여행 매뉴얼’에는 선박이나 항공기 여행의 안전지침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단원고를 비롯한 상당수 학교들은 부실한 교육부 매뉴얼마저도 지키지 않은 채 무리한 단체여행을 강행하고 있어, 주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각 시·도교육청에 ‘수학여행·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을 배포했다. 매뉴얼의 첫장에는 “학교에서의 안전한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위해 제작된 자료이므로 이 운영 매뉴얼을 적극 활용해 달라”는 당부가 적혀 있다. ‘공통 준수사항’을 보면,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사전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100여쪽에 이르는 매뉴얼 어디에도 선박이나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와 학생들이 따라야 할 안전지침이 없다. ‘이동 또는 체험활동 중 상황별로 적합한 생활지도 및 안전교육을 실시한다’고 돼 있지만, 대부분 안전벨트 착용 지도 등 차량 탑승과 관련된 내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실이 조사한 ‘2013년도 수학여행 실시 현황’을 보면 한해 동안 1775개 학교가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런데도 이와 관련된 안전지침조차 없는 것이다. ‘공항, 터미널, 여객선 선상 등에서의 생활지도’라는 항목이 있기는 하나, 이 또한 괄호 안에서 ‘흡연, 비속어 사용, 무질서 예방 등’이라는 사례를 들고 있다. 사고 때 안전대책과 무관한 ‘생활지도’ 항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7일 “교육부도 선박과 항공 안전지침의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다. 다만 차량 탑승과 달리 선박이나 항공은 학교 쪽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어서 매뉴얼이 차량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매뉴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소규모·테마형 현장체험학습’을 권장하고 있는 점이다.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적인 활동을 지양하고 친밀한 대화와 체험의 공유가 가능한 소규모 여행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론 ‘1~3학급 또는 학생 수 100명 이내’라는 기준이 제시됐다. 하지만 단원고는 교육부 매뉴얼 기준의 3배가 넘는 ‘2학년 학생 325명’을 이끌고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부 매뉴얼이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학교 편의상 학년별로 대규모 수학여행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각 시·도교육청 및 초·중·고교에 긴급 공문을 보냈다. 예정된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 즉시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안전에 우려가 있으면 행사를 취소하도록 조처했다. 서울시교육청도 17일 시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
서울시의 1300개 초·중·고교 가운데 올해 단원고처럼 제주도 현장체험학습을 준비 중인 학교는 428곳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장과 교직원, 학생, 학부모 등이 현장체험학습 진행 여부를 숙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집계된 통계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학생·학부모·교사들의 불안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예컨대 서울 지역의 한 중학교 김아무개(47) 교사는 “우리 학교는 이달 말 중3 학생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갈 예정인데, 학교로 전화해와 ‘불안해서 도저히 못보내겠다’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여행을 가고 싶다면서도 ‘비행기가 터지면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 ‘설마 비행기가 터지겠냐’고 답하며 달랬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에 다니는 중3 아들을 둔 이아무개(41)씨는 “아이들은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데, 보낼 수도 없고 안 보낼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전정윤 송호균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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