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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침몰 위기’ 신고 6분전, 뱃머리 급하게 110도 틀어

등록 2014-04-17 20:24수정 2014-04-18 00:19

<b>얼굴 가린 선장</b>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모자가 달린 웃옷 차림으로 17일 오전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얼굴 가린 선장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모자가 달린 웃옷 차림으로 17일 오전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침몰 원인 조사
선장·승무원 “급선회하다 기울어”
결박 안된 1천t 화물 쏠림 가능성
무리한 증축·시스템 고장 등 제기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틀이 지나도록 당국은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세월호가 “배가 넘어간다”고 신고하기 6분 전인 16일 오전 8시49분께 110도가량 급선회했다고 밝혀, 이것이 사고 원인과 직접 관련됐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선체 방향을 바꾸는 과정(변침)에서 급하게 조타기를 돌리다 균형을 잃어 침몰했을 개연성이다.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항적지도를 보면,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48분37초까지 확인된 신호가 3분36초 동안 끊겼다가 8시52분13초에 다시 잡혔다. 신호가 다시 잡혔을 때 애초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110도가량 크게 튼 상태로 555m를 이동해 있었다. 1분여 뒤 세월호는 다시 오른쪽으로 330도가량 회전했다. 이후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듯 항로를 벗어나 조류를 타고 북쪽으로 4㎞가량 올라가다 침몰한다.

이는 선장 등 승무원들이 해경 조사에서 한 것으로 알려진 진술과도 일치한다. 이들은 변침을 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격히 뱃머리를 돌리다 균형을 잃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가 기울자 안에 실려 있던 1000여t의 화물과 차량 150여대가 한꺼번에 왼쪽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잃고 침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배가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면 원심력에 의해 왼쪽으로 기울 수 있는데, 세월호도 왼쪽 방향으로 가라앉았다.

실제로 세월호 선원은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와 교신하면서 오전 9시에 “선체가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다. 컨테이너도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의 ‘변침’은 자동차 핸들을 꺾는 것과 같은 이치로 조타기를 돌려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김세원 한국해양대 교수(항해학부)는 “조타기를 최대 타각(35도)으로 돌리는 것을 전타라고 하는데, 전타를 하면 세월호 같은 대형 여객선도 기울 수 있다. 게다가 컨테이너 등의 화물은 별도의 결박 없이 트레일러에 실리는 경우가 많아 배가 기울면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월호가 과적 차량을 실으면서 결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세월호로 화물을 나른 적이 있다는 한 화물차 기사는 “중량 기준으로 운임을 내는 게 아니라 화물차 1대당 책정된 운임을 주다 보니 차에 최대한 많이 실어 보낸다”고 했다. 한 해상운송업자는 “5t 트럭에 20t 가까운 화물을 싣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박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월호가 급선회한 8시48분37초의 운항 속도가 17.5노트로 빨랐다는 점도 급선회 사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사고 해역을 운항한다는 한 항해사는 “17~18노트의 빠른 속도에서 변침을 하면 만t 이상급의 배도 기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급선회로 인한 쏠림을 심하게 만든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월호가 뒤편 객실을 증축하는 등 무리한 구조 변경으로 평소에도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은 사실(<한겨레> 4월17일치 8면)이 이런 분석의 배경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월호는 일본에서 낡은 배를 가지고 온데다 탑승 정원을 늘리려고 증축했다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런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방향을 크게 틀었다면 균형 유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세월호가 도입될 때 검사를 한 한국선급은 이 배가 도면 변경으로 3층 56명, 4층 114명, 5층 11명씩 탑승 정원을 늘렸다고 밝혔다. 그래서 804명이던 정원은 921명, 무게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 늘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증설 무게가 중량의 2%를 넘으면 (선박 균형) 복원성 시험을 하는데 세월호는 문제가 없었다. 급격히 침몰한 것과 도면 변경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세월호가 1994년 6월 건조 당시 5997t이었지만, 한달 뒤 6586t으로 이미 589t 증축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는 나미노우에라는 이름으로 2012년 10월까지 18년 동안 가고시마와 오키나와 사이의 여러 낙도를 잇는 여객선 구실을 했다.

그렇다면 세월호는 왜 급선회를 시도했을까. 이것을 밝히는 일이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밝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추측만 제기되는 실정이다.

선체에 아직 파공(구멍)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부의 기기 고장으로 평형을 상실했을 가능성도 있다. 양원 목포대 교수는 “배 아래에는 평형을 맞추기 위해 물(평형수)을 채운다. 평형수 관리 시스템이 고장나 균형이 흐트러지고 선장이 이를 바로잡으려다 전타가 있었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무게의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쾅’ 소리가 나고 급격하게 배가 기울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월호는 급선회 때 3분36초 동안 신호가 수신되지 않아 전기가 끊기는 등의 이상 징후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승무원과 탑승자들은 이보다 1시간여 전부터 큰 소리가 들리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 항해지원과 관계자는 “8시48분까지 신호가 들어왔고 3분 동안 신호가 끊겼다. 전기 등의 공급이 끊겼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급선회는 보다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 만든 결과일 수도 있어 보인다.

진명선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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