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 ‘보도 가이드라인’ 마련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각 언론사의 속보 경쟁 등으로 각종 부적절한 보도가 이어지자 한국기자협회가 ‘재난보도 준칙’ 마련을 서두르기로 했다.
기자협회는 20일 보도자료를 내어 “일부 언론이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희생자 가족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며 신뢰를 잃는 오욕의 민낯을 드러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재난보도 준칙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조만간 정부 관계자, 재난 전문가, 시민단체·학계·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실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자협회는 준칙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긴급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내놨다. 가이드라인은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면서 △신속함보다는 정확성을 우선하고 △피해 관련 통계나 명단은 재난구조기관의 공식 발표에 의거하며 △신중하게 현장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권했다. 또 △유가족·실종자 가족의 입장 배려 △생존 학생·어린이에 대한 엄격한 취재 제한 △오보의 즉각적인 사과 △자극적 영상·사진·어휘 사용 자제 △철저한 검증보도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 제시 노력 등을 명시했다.
재난보도 준칙은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재난보도에 대한 마땅한 보도 기준이 없다는 여론에 힘입어 제정이 추진됐으나 각 언론사 간의 이해 충돌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한겨레>는 1988년 창간 당시 개별 언론사로선 최초로 ‘윤리강령’을 제정한 바 있고, 2007년 1월엔 ‘취재보도 준칙’을 마련해 시행해오고 있다. 한겨레는 이 준칙에서 진실 추구, 공공의 이익 우선, 인권 옹호 등을 한겨레 기자의 책무로 정하고 “사건·사고의 희생자, 범죄 피해자나 그 가족을 취재할 때에는 마음의 상처가 덧나거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도록 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의 윤여진 사무처장은 “언론계의 숙원이나 마찬가지였던 재난보도 준칙이 마련된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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