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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승의 빈소가 다시 제자의 빈소로···

등록 2014-04-21 11:40수정 2014-04-21 11:48

그는 구조됐지만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조되지 못하고 숨진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을 따라갔다. 숨진 그가 잠시 머물다 간 곳은 곧바로 제자의 빈소가 됐다.

21일 새벽 4시30께 경기 안산 상록구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는 강아무개(53) 단원고 교감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강 교감은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는 구조됐다. 하지만 이틀 뒤인 18일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그의 주머니에서는 “모든(수학여행) 일은 내가 추진했고 책임을 통감한다. 내가 발견되면 제자들이 숨진 해역에 화장을 해 뿌려달라”는 유서가 나왔다.

새벽 4시35분께 건물 지하에서 검은색 운구차가 나왔다. 검은 상복을 입은 강 교감의 아내와 아들, 두 딸이 뒤를 따랐다.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를 딸이 곁에서 위로했다. 강 교감의 친척과 친구, 교사 등 70여명은 어두운 표정으로 강 교감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나지막하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새벽 어둠의 적막을 깨뜨리지는 못했다. 모두들 제자리에 서서 고개만 떨궜다. 운구차는 곧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을 향해 떠났다.

안산제일장례식장은 19일에 최아무개(여·24) 교사, 20일에 남아무개(35)·김아무개(여·26) 교사와 안아무개(17)군의 발인이 치러진 곳이다. 그리고 강 교감이 다섯번째였다. 강 교감이 잠시 머물렀던 빈소는 곧바로 숨진 단원고 학생 최아무개(17)군의 빈소가 됐다. 최군의 빈소가 다음에는 누구의 빈소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빈소가 차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 교감의 운구차는 아침 7시 수원시 연화장에 있는 화장시설인 승화원에 도착했다. 승화원 앞에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귀 밑에 누군가가 피워놓은 향이 타고 있었다. 한 켠에는 누군가 갖다놓은 국화가 놓여 있었다. 강 교감의 주검이 든 관이 영정과 함께 승화원 안으로 사라지자, 곳곳에서는 참았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강 교감에 이어 이날 아침 7시 안산제일장례식장에서는 숨진 단원고 학생 박아무개(17)양의 발인도 가족들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23일 이곳에서는 이아무개(17)군과 박아무개(17)양, 최아무개(17)군의 발인이 예정돼 있다.

안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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