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동영상 보니
오전 9시41분 2차례 호출에 무응답
9시43분께 갑판에 선원 나와있어
오전 9시41분 2차례 호출에 무응답
9시43분께 갑판에 선원 나와있어
세월호가 침몰하던 16일 오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을 전후로 한 세월호 승무원들의 행적이 28일 공개된 사고 당시 동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선장 등 승무원들은 조타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진도 관제센터의 호출을 7분 넘게 무시한 정황이 새로 드러났다.
진도 관제센터와 세월호 사이의 교신 내용을 보면, 관제요원은 오전 9시41분 세월호 조타실을 2차례 호출한다. 3분 전인 9시38분까지 교신이 이뤄지던 조타실에서는 더 이상 답변이 없었다. 그러나 해경이 28일 공개한 스마트폰 동영상과 이 영상이 찍힌 시간을 보면, 조타실에 있던 승무원들은 9시48분까지 조타실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9시43분25초부터 시작되는 동영상에는 구명조끼를 입은 세월호 승무원 1명이 조타실 쪽에 이어진 밧줄을 잡고 갑판으로 나와 있는 모습이 보인다. 9시44분 세월호에 오른 해경이 조타실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구명벌 14개를 펼치기 위해 접근했지만, 이 승무원은 그냥 바라보기만 할 뿐 구조 작업을 돕지 않는다.
조타실 밖에 미리 나와 있던 승무원은 진도 관제센터가 알려준 123정 도착 시간에 맞춰 조타실 밖으로 나와 자신들의 위치를 알린 것으로 보인다. 진도 관제센터와 세월호 교신 내용을 보면, 9시26분께 관제요원이 “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할 것”이라고 알린다.
123정이 조타실 쪽으로 접근하자, 이 승무원은 그제야 조타실 안쪽에 있던 다른 승무원들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하며 탈출을 준비시킨다. 조타실에서 나온 승무원 3명, 그리고 선장 이준석씨가 맨발에 트렁크팬티 차림으로 해경과 선원의 도움을 받아 123정으로 올라탄다. 이때가 9시45~46분이었다. 이 시간 진도 관제센터는 다시 세월호 조타실을 6차례나 호출했지만 답신은 없었다. 3분 뒤인 9시48분 조타실에서 남자 승무원 2명과 여자 승무원 1명이 다시 밧줄을 타고 나와 123정으로 올라탄다. 조타실에 있던 세월호 승무원들이 관제센터에 침몰 진행 상황을 알리는 대신 자신들의 탈출 준비를 위해 의도적으로 교신을 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런 승무원들의 모습은 침몰 당시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한 단원고 학생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가 보도한 단원고 박수현군의 휴대전화에 담겨 있던 동영상을 보면, 학생들은 배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하자 “내 것을 입으라”며 부족한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하는 모습이 담겼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 첫 촬영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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