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수 조타실 비워 선박간 충돌 등
오하마나호 2006~2007년 사고 3번
안전심판원 재발 대책 촉구에도
안전관리 개선되지 않아
오하마나호 2006~2007년 사고 3번
안전심판원 재발 대책 촉구에도
안전관리 개선되지 않아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해양안전심판원으로부터 “선사가 여러 차례 사고를 일으키고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받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의 부실한 안전 관리는 그 뒤에도 개선되지 않았고, 불길한 예언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29일 세월호의 ‘쌍둥이 배’로 불리는 오하마나호 충돌 사고를 다룬 해양안전심판원 재결서(법원 판결문에 해당)를 보면, 오하마나호는 2007년 2월16일 승객 511명을 태우고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중 이튿날 새벽 1시께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자동차 운반선 ㅇ호와 충돌했다. 사고 직전 조타실 당직이었던 갑판수는 선내 순찰을 위해 조타실을 비운 상태였다. 깜깜한 밤바다에서 1등항해사는 자동조타장치로 운항을 하고 있었다. 1등항해사가 뒤늦게 위험을 감지하고 방향을 돌렸지만 두 선박은 충돌했다. 오하마나호는 선체 좌현이 찌그러졌고, ㅇ호는 우현 아래쪽에 큰 구멍이 뚫렸다.
사고 당시 오하마나호 당직자가 조타실을 비운 것은 청해진해운이 자체적으로 운용한 ‘항해당직지침서’ 때문이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근무자는 ‘당직 중 1회 선내를 순찰’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갑판수는 당직근무 중 조타실을 벗어나 선내를 순찰했다. 이에 대해 심판원은 “국제협약은 경계 요원과 조타 요원을 분리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청해진해운은 야간에 연안 항해 중이었는데도 갑판수를 순찰을 보냈다. 갑판수의 조타실 이탈은 안전 운항에 저해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당직 항해사가 ‘연속 근무’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판원은 “연속적으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3~4시간씩 단속적으로 휴식을 할 수밖에 없어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해진해운이 1년마다 한번씩 해야 하는 운항관리규정 평가를 한번도 한 적이 없으며 △선박 안전 운항과 관련한 내부 안전 점검을 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실의 점검에만 맡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하마나호는 사고를 내기 1년 전에도 비슷한 안전사고를 두차례나 냈다. 2006년 2월7일 기상이 나쁜 상황에서 제주항에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하다가 액화가스선과 충돌했다. 넉달 뒤인 6월1일에는 ‘운항정지’ 조건에 해당하는 짙은 안개가 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제주항 입항을 시도하다가 부두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청해진해운은 선장에게 구두경고만 했을 뿐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심판원은 “오하마나호는 1년 동안 3번의 해양 사고를 냈다.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찾아 거기에 합당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연안여객선에 대해서는 해운법에 의해 운항관리를 받는다는 이유로 안전관리체제 수립·시행 규정을 면제해주고 있는데, 화물이 아닌 여객을 실어나르기 때문에 훨씬 엄격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며 ‘운항관리규정’의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해진해운 소속 데모크라시5호는 2011년 6월 인천 대청도 근처 바다에서 또다시 어선과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는데도 선장이 운항관리규정을 무시하고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6년 전 심판원의 경고도 소용없었고, 결국 세월호 침몰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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