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관 요청때 미래장관에 권한
“악용땐 집회·시위 공지 단체 피해”
“악용땐 집회·시위 공지 단체 피해”
3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전화사기 방지를 명분으로 국민의 정보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화사기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관련 기관의 요청을 받은 전화번호에 대해 이용 정지를 명령할 수 있게 하면서 전화번호 이용 정지 요청 대상을 정하지 않아 정보·수사기관 등의 악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쪽은 경찰이 불법이라고 보는 집회·시위를 공지했다는 이유로 해당 전화번호 이용이 즉각 정지되는 상황 등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 법안은 2일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후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1일 공동명의로 긴급 성명을 내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신설된 ‘행정기관의 전화정지제도’(제32조의 3)가 시민들의 정보인권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사기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미래부 장관한테 관련 기관의 요청을 받은 전화번호 이용을 신속하게 정지할 수 있게 했는데, 대상을 보이스피싱이나 전화사기로 국한시키지 않아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경찰이 불법으로 보이는 집회·시위를 공지했다는 이유로 해당 전화번호에 대한 이용 중지 신청을 하고, 국가정보원 등이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특정 인사의 전화번호 이용을 중지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보호 대책으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신설된 ‘휴대전화 본인확인제’(제32조의 4)에 대해서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 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주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윤철한 국장은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적했듯이, 케이시비(KCB) 직원이 카드 3사의 개인정보를 유출시켰고, 케이티(KT)에서도 1000만여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본인확인기관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진원지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할 국회 미방위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본인확인기관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를 명분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밖에도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휴대전화에 콘텐츠 차단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한 것(제32조의 7)에 대해 “청소년들의 정보접근권을 제한하고 글로벌 표준에 맞지 않는다. 미방위가 다수의 법안을 성급하게 처리하면서 사회적으로 충분히 토론되지 않은 규제를 갑자기 끼워넣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반인권, 이동통신 사업자 특혜’ 법안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고, 미방위 심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법안 통과에 급급해 충분한 토론 없이 전격 처리됐다”며 법제사법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거부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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