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입구~성수 밤늦게까지 중단
“개찰구선 안내 안해” 불만 목소리
외국인들 영어방송없어 우왕좌왕
“개찰구선 안내 안해” 불만 목소리
외국인들 영어방송없어 우왕좌왕
연휴를 앞두고 2일 일어난 사고로 2호선 일부 구간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시민들의 ‘사고 감수성’도 여느 지하철 사고 때와는 달랐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사고 직후인 오후 3시50분께부터 4시4분까지 14분 동안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외선은 4시4분께 정상화됐지만 내선의 을지로입구~성수 구간은 복구를 하느라 밤늦게까지 전동차가 다니지 않았다. 하루 평균 155만여명이 이용해 서울의 9개 지하철 노선 가운데 가장 많은 승객이 타는 2호선이 멈춘데다 사고 발생과 복구 작업 시각이 퇴근 시간대와 맞물리면서 2호선과 만나는 주요 환승역들도 몸살을 앓았다.
2호선 왕십리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퇴근하는 김진주(28)씨는 “신촌역에서 2호선을 탔는데 을지로입구역까지밖에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충정로역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많아서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 사고에도 위기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2호선으로 퇴근하다가 ‘을지로입구역까지만 운행하니 하차하라’는 안내방송을 들었다는 김아론(36)씨는 “한국말로만 방송을 해주니까 외국인들이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위급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있으면 영어 방송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왕십리역 근처의 집에 가려고 홍대입구역에 갔다가 ‘외선만 운행된다’는 안내방송을 들은 김수영(35)씨는 “내·외선 개념을 솔직히 몰랐다. 다른 사람들도 몰라서 개찰구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이 많았다. 누군가 나와서 안내를 하거나 통제를 해줘야 하는데 방송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했다. 서울 지하철 9개 노선 가운데 유일한 순환선인 2호선은 시계 방향(시청역→왕십리역 방향)으로 순환하는 내선과 시계 반대 방향(시청역→신도림역 방향)으로 도는 외선으로 구분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는 ‘2호선을 타야 할 시간에 사고가 났다. 내 생명은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가’, ‘좀 이따가 2호선 타야 하는데 무섭다’는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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