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우선순위서 밀렸나…외교문제 때문인가…
소식통 “검찰, 중요부분 결정못해”
변호인쪽 ‘막강 로비력’ 영향 분석도
소식통 “검찰, 중요부분 결정못해”
변호인쪽 ‘막강 로비력’ 영향 분석도
윤창중(사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지 8일로 1년이 되지만 미국 수사당국의 사건 처리가 늦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 수사 당국은 내부적으로 이미 지난해 이 사건을 1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미스디미너’(Misdemeanor·경범죄)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쪽은 사건 발생 한달여 만인 6월에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검찰에 관련 서류를 넘겼다. 검찰 쪽도 성폭력 전담반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했으며 ‘미스디미너’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이 아직까지 ‘기소 동의’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아 체포영장 발부가 지연되고 있다.
검찰이 사건 처리를 미루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소식통은 “검찰 쪽이 아직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 쪽은 <한겨레>의 질의에 “사건을 계속 검토중”이라고만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거나, 피의자가 외국 고위관료 출신이어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재 워싱턴시장의 선거부정 등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어 이 사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수는 있다. 그러나 350명이 넘는 검사를 보유한 거대 조직에서 여력이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 사건이 외국 고위관료와 관련돼 있다는 점이 고민이 될 수는 있다. 외국 순방 시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은 외교관은 아니지만 관습법적으로 특별사절에 대한 면책특권이 부여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면책특권은 해당 정부가 행사 의사를 밝혀야 효력을 발휘한다. 우리 정부는 이를 행사할 의사를 밝히지 않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던 만큼 이것도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다만 검찰이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 수행원을 처벌한 것이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할 수는 있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 수행하던 관료가 불미스런 사건을 저질렀을 경우 상대국이 이 관료를 처벌하는 것을 미국 쪽이 막을 명분이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윤 전 대변인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에이킨검프)의 로비력이 워싱턴에서 수위를 다툴 정도로 막강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들도 들린다. 에이킨검프 소속의 김석한 변호사가 지난해 “이 사건을 조용하게 끝내는 게 한국에 좋겠다는 생각에 이 사건을 맡게 됐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변호인단의 개입이 사건 처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로서는 통상적인 성추행 사건과 달리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년간 변호사 비용을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명의 변호사를 투입하고 있는 에이킨검프 쪽은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서민층 등에게 무료 변호를 해주는 ‘프로 보노’(Pro bono)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이 가난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만큼 부자도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는 피해자 쪽의 반응을 알고자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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