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9시38분께 해경 123정에서 출발한 구명정이 기울어진 세월호에 접근하고 있으나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 탓인지 갑판 위에 승객이 한 명도 없다. 해경은 세월호 침몰 당시 승무원들의 탈출과 해경의 구조 장면을 담은 10분 정도 분량의 영상을 28일 뒤늦게 공개했다. 사고 발생 12일 만이다. 영상은 인근 해역에서 경비업무를 하다 처음으로 현장에 달려온 해경 123정의 직원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인데, 16일 오전 9시28분58초부터 11시17분59초까지 해경의 ‘활약상’을 담은 총 9분45초 분량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검찰, 시간대별 선체 기울기 분석
45도 기운 9시30분 경비정 도착
15분 뒤 62도까지 기울었지만
선원들 탈출했을 정도로 이동 가능
30분 뒤 객실 학생 ‘카톡 문자’엔
“배가 60도 기울어 침몰하고 있어”
47분 지난 마지막 카톡 땐 108.1도
해경 적극 구조했다면 피해 줄었을것
45도 기운 9시30분 경비정 도착
15분 뒤 62도까지 기울었지만
선원들 탈출했을 정도로 이동 가능
30분 뒤 객실 학생 ‘카톡 문자’엔
“배가 60도 기울어 침몰하고 있어”
47분 지난 마지막 카톡 땐 108.1도
해경 적극 구조했다면 피해 줄었을것
세월호가 침몰한 당시 시간대별 기울기와 승객들이 전송한 카카오톡 메시지가 복원되면서 당시 급박했던 내부 상황이 생생히 드러났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사고 직후부터 완전 침몰 때까지 시간대별로 세월호가 얼마나 기울었는지에 대한 분석을 최근 마쳤다. 11일 분석 결과를 보면, 승조원 14명을 태운 해경 경비정 123정이 도착한 지난 4월16일 오전 9시30분께 세월호는 좌현 쪽으로 45도 기울어 있었다. 해경이 온 것을 알아챈 학생은 “해경이 도착했대”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학생은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는데 계속 가만있으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선내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해경이 도착한 지 15분이 지난 오전 9시45분 세월호는 62도 기울었다. 이동이 쉽지 않았지만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선박직 승무원들은 이때쯤 모두 탈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조나 탈출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 시간을 넘기면서 상황은 심각해진다. 오전 10시 한 학생은 “배가 60도 기울었는데 침몰하고 있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다른 학생은 “위쪽에서 떨어진 캐비닛에 옆반 애들이 깔렸어 어떡해. 나는 무릎에 멍이 들었어”라고 세월호 내부 상황을 긴급히 전했다.
15분 뒤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 나와요”라는 메시지가, 그리고 2분 뒤인 오전 10시17분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배가 또 기울고 있어”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세월호 밖으로 전송됐다. 이때 세월호의 기울기는 108.1도였다.
검찰은 시간대별 기울기를 근거로 해양경찰의 과실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기울기를 시간대별로 확정하면 오전 9시30분 사고 해역에 도착한 해경이 완전 침몰 때까지 배 안의 승객들을 구조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경 함정과 관공선이 바다로 뛰어든 승객들을 마지막으로 구조한 것은 오전 10시21분이다. 해경 등은 최초 도착 시점으로부터 50분 동안 이미 배 밖으로 나온 사람들 구조에만 열중했고, 선내에 남아 있던 300여 탑승자들을 구조하려고 시도하거나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탈출 지시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해경이 도착하고 47분이 지난 오전 10시17분에도 단원고 학생이 배 안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선내 구조에 적극 나서지 않은 해경의 과실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 단원고 학생이 물이 차오르던 4층에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승무원들이 탈출 안내방송을 안 한 게 피해를 키운 1차적 원인이지만, 경비정이 도착 즉시 적극적으로 탈출을 안내했더라면 피해가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원철 노현웅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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