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만민공동회, 정부 비판 쏟아져
청소년·밀양주민 등 150여명 참석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막혀
청소년·밀양주민 등 150여명 참석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막혀
18일 오후 따가운 5월의 햇볕이 쏟아지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묻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는 구조·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청소년 활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응(18)양은 자유발언에서 “다시는 돈 때문에 사람들이 죽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 손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여기 나왔다”고 했다. 이양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어른들이 많던데, 어른이 우리들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들들도 아이들에게 사과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스스로 싸워야 한다. 우리가 바꿔내자”고 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염천희씨는 “생때같은 아이들이 죽어가는데도 우리는 어떤 현상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지 답을 못 찾고 있다. 답을 해줄 사람이 없느냐”고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염씨는 “우리 사회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고, 권력자의 의도만이 횡행하는 사회”라고 주장했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하는 주민 한옥순(67)씨는 “어제 (송전탑 반대 농성을 위해) 파놓은 토굴에서 자고 오늘 서울로 올라왔다. 정부가 밀양에 69개의 철탑을 세우려 하는데, 선량한 할매와 할배들을 범죄자 취급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용서가 안 된다”고 했다.
청계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는 민간잠수사 조지영(42)씨도 자유발언에 나섰다. 그는 “아들이 있는데 천안함 침몰 때는 군대를 안 간다고 하더니 이젠 수학여행을 안 가겠다고 한다. 이 나라가 싫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만민공동회에는 시민 150명 정도가 참석했다. 전날 3만여명(주최쪽 추산)이 모였던 세월호 촛불집회에 견줘 참석자 수는 적었지만 발언의 수위는 높았다. 오후 5시께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가자”며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광화문광장 나들이에 나선 인파와 섞이면서 경찰이 광화문 근처 인도 곳곳을 막아서기도 했다.
만민공동회는 오는 24일 다시 열린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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