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 노조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방송 별관에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5일째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길사장 보도압력 사례
“안철수 기사 당장 빼라” 지시도
“안철수 기사 당장 빼라” 지시도
<한국방송>(KBS) 기자협회는 18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직접 작성한 ‘보도 외압 일지’를 공개했다. 이 자료엔 길환영 사장이 보도에 개입한 방식이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길 사장은 지난 6일 서울 조계사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과한 소식을 <뉴스9> 헤드라인에 추가하도록 했다. 헤드라인은 뉴스 첫머리에 그날의 주요 뉴스를 모아 예고하는 꼭지다. 김 전 국장은 “대통령이나 정치 아이템이 (헤드라인에) 나오면 시청자가 이탈해 대통령 소식을 예고에 넣지 않았다. 그런데 길 사장이 밤 8시39분에 전화를 걸어와 ‘왜 예고에 대통령 기사 안 나갔느냐. 두번째에 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은 뉴스 시작 15분 전에 길 사장의 지시대로 바뀌었다.
길 사장은 또 지난 3일 밤 9시5분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 대표 소식은) 당장 빼라”고 지시했다. 이날 낮 안 대표가 박 대통령의 반성을 촉구했다는 소식을 자막 뉴스로 내보내려던 참이었다. ‘안철수 대표 “대통령 통렬한 사과 요구” vs 새누리 “사과 수습이 먼저”’라고 균형을 잡아 자막 제목을 뽑았는데 이마저도 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 전 국장은 지난 1~8일 사이 모두 4차례 길 사장이 <뉴스9> 제작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했다는 길 사장의 지시와 관련해 김 전 국장은 “5일 오후 2시, 사장이 누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들었는지 이례적으로 보도본부장·보도국장·편집주간·취재주간 회의를 소집해 해경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라 지시했다”고 했다. 지난 8일엔 해경 비판의 보도 꼭지가 예정기사 목록에 잡히자 그대로 전달되면 사장의 저지가 있을 것으로 보여 ‘해경’이라는 말을 지운 가짜 큐시트를 만들어서 사장실로 보냈다고도 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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