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공동회 참가자 행진 제지
광화문 일대 인도 에워싸며
일반시민까지 통행제한 ‘과잉’
광화문 일대 인도 에워싸며
일반시민까지 통행제한 ‘과잉’
경찰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인도까지 막아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세월호 사고 추모집회·시위에 ‘대응’한다는 명분인데, 헌법재판소가 허용한 야간시위를 막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밤 서울 광화문사거리 일대에서 세월호 추모행진에 나선 시위 참가자 100명이 연행됐다. 당시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의 행진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광화문사거리 일대 인도를 막았다. 시위 참가자가 아닌 시민들의 통행도 제한됐다. ‘경찰벽’을 맞닥뜨린 시민들은 발걸음을 돌려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세월호 만민공동회’ 집회 참여자들의 행진을 따라다니며 광화문사거리 인도 곳곳을 차례대로 막았다. 휴일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왜 길을 막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9일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이 청와대 근처 주민센터에서 연좌농성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경찰은 ‘외부 세력’을 막겠다며 청와대 쪽으로 올라가는 인도를 막은 채 노란 리본을 단 사람들을 ‘걸러냈다.’ 시민들의 통행도 제한을 받았다.
18일 100명이 연행된 상황은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시위대는 인도를 따라 걷다가 차도를 건널 땐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등 다른 시민과 차량 통행에 큰 방해가 되지 않았다. 경찰은 ‘청와대 방향 미신고 행진’이라는 이유로 인도를 막았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은 19일 “대법원 판례를 보면 집회·시위가 애초 신고 범위를 일탈했더라도 폭력 등 불법성이 큰 경우에만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 있다. 인도를 걸어다닌 것뿐이고 폭력적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았다. 법적 근거나 타당성 있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력을 인도에 배치해 차단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 시민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인도 역시 도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도에서 시위를 할 경우에도 정해진 법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종로경찰서는 시민사회단체가 신고한 세월호 사고 촛불행진에 대해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는 차도뿐만 아니라 인도도 포함된다’며 불허했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의 이런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시민사회단체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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