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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통령, 악어의 눈물 흘려”
희생자·실종자 가족 반응 ‘싸늘’

등록 2014-05-19 20:30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세월호 참사 유족 및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면담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 앞서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세월호 참사 유족 및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면담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 앞서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됐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해
“가슴에 와 닿는게 없다” 격한 반응
20일 공식적인 입장 밝힐 예정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실종자 가족과 청와대의 입장차를 또다시 확인해줬다. 그동안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핵심적인 요구 내용이었던 ‘진상규명’과 ‘실종자’ 문제에 대한 언급은 대국민담화에서도 거의 들어있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가족 대책위)가 지난 16일 박 대통령을 면담하기에 앞서 청와대에 전달한 성명서에는 모두 9개의 요구사항이 담겨있었다. △실종자 유실을 막기 위한 조치 △진상규명기구 구성 및 진상규명의 과정에 피해자 가족들의 참여 보장 △충분한 조사기간 및 모든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성역없는 진상규명 △모든 정부기관의 관련 정보 공개 △예산과 인력,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강제 조사 권한 가진 진상규명기구 운영 △여러 민·관 차원의 진상조사의 결과 등을 반영 △관련기관 및 관련자에 대한 민·형사상, 행정적 책임 및 정치·도의적 책임 △진상규명 결과에 근거한 법·제도 개선 등이다.

가족 대책위가 요구한 9개 사항은 ‘실종자 유실을 막기 위한 조처’와 ‘진상규명’에 대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가족 대책위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검찰이나 특검이 아닌 민·관이 참여하는 진상규명기구로 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을 제정해 전문가 등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보조하는 방식의 진상규명기구를 의미한다. 가족도 진상규명기구에 참여시켜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가족 대책위는 이런 진상규명기구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좀 다르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은 가족 대책위 간부 17명을 면담한 자리에서 “특별법은 저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외에도 진상규명을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민간에다가 수사권을 줘서 하는 것은 그게 효율적이겠느냐 하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유가족을 포함한 민간이 진상규명에 참여하는 것까지는 긍정적이지만, 민간이 수사권을 갖고 주도하는 방식에는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박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에서도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다. 그리고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것이 전부였고, 나머지 대부분은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등 법·제도 개선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 실종자 18명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정부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안산 화랑유원지 유가족 대기실 천막에서는 가족들의 격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박근혜가 악어의 눈물 흘리면서 폭탄(해경 해체) 터뜨렸어”, “유가족 목소리 넣어달라는데 왜 여야 특별법만 얘기하느냐고”, “우린 유가족 들어간 진상조사 얘기했는데 특검만 얘기해. 전체적으로 우리 이용하려고 그거밖에 안돼. 너무 쇼하는 게 티가나” 등과 같은 말이 쏟아져 나왔다.

희생자 학생의 한 어머니는 “해경 없앤 거 일반 국민한테는 딱 기억에 남는 게 맞고 이슈는 될지도 모른다. 근데 우리 유가족 입장에서 가슴에 한가지라도 와닿은 게 있으면 이렇게 분개하진 않을 거 같다. 우리는 유족 들어간 진상 규명 해달라고 지난주에 청와대가서도 얘기했는데 그 얘긴 쏙 빠지고, 해경을 없앤다고 될 일은 아닐 거 같다”고 말했다. 희생자 학생의 한 삼촌은 “실종자 유실을 그렇게 부탁했는데 그 내용은 전혀 없다. 진상규명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 죽 하는 게 전부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 대책위 간부들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끝나고 이날 낮 12시 안산에서 대책회의를 했다. 이 사이 전남 진도에 남아있는 실종자 18명의 가족은 이날 오후 1시15분께 진도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담화로 인해 해경은 크게 동요되고 수색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부에게 묻는다. 마지막 1명까지 구조를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4시께 가족 대책위 간부들은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안산에서 진도로 내려갔다. 가족 대책위는 이날 밤 실종자 가족들과 최종적으로 의견을 조율한 뒤, 20일 오전 진도나 안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유경근 가족 대책위 대변인은 “(대국민담화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나 드러난 현상에 대한 개선책이 많았는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짚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많다. 가족 대책위가 요구해온 실종자나 진상규명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좀 뻔한 제도 개선 문제만 나열한 것 같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면 법·제도는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것인데, 진상규명에 대한 이야기 없이 왜 제도개선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산/김일우 박수지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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