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기금 기대출자 상환일 조항
공고땐 입주 전, 당첨뒤 계약 전
일방적으로 기한 앞당겨 통보
급전 못 만든 예정자 탈락 위기
LH “입주전 상환으로 재변경”
공고땐 입주 전, 당첨뒤 계약 전
일방적으로 기한 앞당겨 통보
급전 못 만든 예정자 탈락 위기
LH “입주전 상환으로 재변경”
조아무개(31)씨는 일주일 전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2012년 결혼한 그는 국민주택기금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90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대출 이자로 다달이 13만원이 나갔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그가 매월 손에 쥐는 월급은 100만원 남짓이다. 그러던 중 엘에이치(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2월에 낸 ‘2014년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취지여서 조건이 좋았다. 소득이 3인 가구 월평균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조씨 부부는 신청 자격도 충분했다.
그러나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기쁨은 잠시였다. 엘에이치 서울지역본부가 갑자기 ‘계약 조항이 바뀌었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2월 공고문에는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은 사람은 전세임대주택 ‘입주 전’까지 대출을 상환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서울지역본부는 이를 ‘계약 전’까지로 바꿔 버렸다.
조씨 부부는 발을 동동 굴렀다. 조씨는 “계약 전에 대출금을 갚으려면 지금 살고 있는 전세금을 빼야 하는데, 그러면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때까지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조씨는 서울지역본부 쪽에 계약 조항이 갑자기 바뀐 이유를 물었지만 “공고문은 본사에서 올린 것이고 정책은 지역본부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엘에이치가 전세임대주택 당첨자까지 발표한 뒤 새삼스럽게 계약 조항을 바꾸는 바람에 피해를 보게 된 사람은 조씨 부부만이 아니다. 엘에이치 서울지역본부의 발표를 보면, 전세임대주택 당첨자 4435명 가운데 584명(13%)이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계약 조항 변경 탓에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자격을 취소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엘에이치는 <한겨레>가 취재를 시작하자 기존 계약 조항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서울지역본부 주거복지부 쪽은 “과거 입주 당일까지 기존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상환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계약 조항을) 변경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불거졌으니 애초 공고한 것처럼 ‘입주 전’ 상환으로 다시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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