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아냐”
택시기사가 승객과 나눈 대화를 동의 없이 인터넷을 통해 생방송해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이유 택시기사’로 유명한 임아무개씨에 대한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승객과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노래를 부른 장면을 인터넷에 생방송한 임씨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개되지 않는 타인 간의 대화를 보호하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타인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대화 참여자가 상대의 발언을 녹음·청취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화 내용이 공개된 승객들이 초상권 침해 등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임씨는 2009년부터 택시 안에 웹캠과 무선 인터넷 장치를 설치하고 승객들과 고민을 상담하는 대화를 하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을 인터넷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했다. 2010년 7월에는 가수 아이유가 우연히 이 택시에 타 임씨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덕에 ‘아이유 택시기사’로 알려진 임씨는 지상파 방송에 아이유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승객 2명이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방송했고,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에야 실시간 방송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임씨를 고소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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