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우정사업본부 집배원들이 6ㆍ4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물이 담긴 우편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주말·휴일까지 연장 근무하는데
수당 대신 비닐장갑 등 주기도
“위탁계약이지만 일한 대가는 줘야”
수당 대신 비닐장갑 등 주기도
“위탁계약이지만 일한 대가는 줘야”
“예산이 없으니까 비닐장갑 같은 고객 선물을 대신 챙겨준다는 거예요.”
경기지역 한 우체국 업무를 하는 ‘재택 위탁 집배원’ 이정숙(가명·47)씨는 최근 우체국에서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지난 주말에도 6·4 지방선거 공보물을 배달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휴일수당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말문이 막혔다. “하루에 1500가구에 돌려야 하는데 그날 다 못 돌려서 월요일까지 돌렸어요. 지금도 최저임금밖에 못 받는데 휴일수당 대신 고객들한테 주는 비닐장갑이나 팩을 준다니 말이 안 되죠.”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보물이 쏟아지면서 이를 제시간에 배달해야 하는 재택집배원들의 노동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재택집배원은 집에서 우편물 등을 받아 거주지 주변 지역에 배달한다. 특수고용직인 이들은 고용 형태만 다를 뿐 일반 집배원과 하는 일은 같다. 전국적으로 700여명인 재택집배원에 대해 우정사업본부가 임금 등에서 차별을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선거 공보물 배달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정사업본부는 6·4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지난 25일을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송한 투표안내문과 선거 공보물을 모두 배달해야 하는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이번 지방선거 유권자 수는 4130만명에 달한다. 선거 공보물을 배달하는 집배원 수는 정규직을 포함해 1만6500여명 정도다.
경북지역 재택집배원 김명정(가명·47)씨도 휴일 기간 선거 공보물 배달을 앞두고 “예산이 없어서 휴일근무 수당을 못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2003년부터 재택집배원으로 일하면서 선거 때면 주말에도 나와 우편물을 돌렸지만 한 번도 수당을 받은 적이 없었다. 참다못한 김씨는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다. 일을 하지 않겠다”고 우체국에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재택집배원지회는 27일 성명을 내어 “우정사업본부가 재택 위탁 집배원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해) ‘사장님’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노동에 대한 대가는 지급해야 마땅하다. 국민들의 투표권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도록 발로 뛴 노동을 정부기관이 이렇게 무시하는 행태는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29일 우정사업본부 우편집배과는 “재택 위탁 집배원은 도급계약을 했기 때문에 시급이 아니라 ‘250가구당 1시간 근무’로 보고 수수료를 지급한다. 우편물이 없어도 돈을 받기 때문에 우편물이 더 많다고 (추가로) 지급할 수는 없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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