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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생중계’하듯 요란 떨더니
유병언 검거, 뒷북…뒷북…

등록 2014-06-01 20:38수정 2014-06-01 22:14

무능 드러낸 검찰수사

유씨 금수원 이미 빠져나갔는데
신도들과 일주일간 진입 신경전
은신처 추정한 순천에 포위망
도주 이용된 차량은 전주서 발견

수사상황 공개로 압박 택한 게
되레 유씨 일가 경계심만 높인 꼴
검찰이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작전에서 연일 뒷북을 치면서 검찰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청해진해운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지만 정작 ‘깃털’들만 잡은 꼴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43)씨를 지명수배한 5월14일부터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과 대치했다. 검찰은 당시 금수원에 유 전 회장과 유대균씨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정순신 인천지검 특수부장은 12일 소환 일정을 조율한다며 직접 금수원을 방문했다. 검찰은 일주일 가까이 신경전을 벌이다 신도들이 길을 터준 21일 금수원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이미 5월3일 금수원을 빠져나가 전남 순천에 몸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요란한 ‘빈집털이’만 생중계된 셈이다.

지난 29일 전북 전주시에서 발견된 쏘나타 승용차는 허술한 포위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검찰은 지난 25일 유 전 회장이 은거했던 순천의 가옥을 급습했지만, 이미 유 전 회장이 빠져나간 뒤였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순천 인근에 있는 것으로 보고 포위망을 쳤다. 그러나 운전기사 양아무개(55)씨가 운전해 유 전 회장이 도주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쏘나타는 130㎞ 정도 떨어진 전주에서 나흘 뒤 발견됐다.

유 전 회장의 용의주도한 도피가 검거를 어렵게 하지만, 검찰이 ‘뒷북 작전’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유 전 회장 일가의 피의사실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표하거나 흘렸다. 인천지검은 지난달 14일 유대균씨에 대한 ‘A급 지명수배’ 사실을 공개했다. 19일에는 최재경 인천지검장을 비롯한 특별수사팀원들이 검거 때까지 ‘무기한 철야 근무’를 한다고 선언했다.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서특필됐다. 수사의 밀행성(은밀히 진행함)을 포기하는 대신 언론을 통해 유 전 회장을 압박하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계심만 높인 꼴이 됐다. 유 전 회장은 신도들 도움으로 도피를 이어가고 있고, 검찰은 ‘현상금’을 5억원까지 높이고도 기독교복음침례회 내부에 변변한 협조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연락해오던 유 전 회장 측근들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1일까지 도피를 도운 혐의로 11명을 체포했고, 이 중 6명이 구속됐다.

특별수사에 밝은 한 변호사는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사가 필요했다면 아예 도주를 포기하게 만들거나, 만약의 경우 검찰을 도울 확실한 내부고발자를 포섭해야 한다. 드러난 모습만 보면 검거 작전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지검은 검거 작전 초기부터 대검찰청에 ‘거의 꼬리를 잡았다’, ‘검거가 임박했다’는 식의 보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여론전’에서도 허점을 노출했다. 검거팀장인 주영환 인천지검 외사부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한테 전화해 회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개된 통화 내용을 보면, 주 부장은 금수원 쪽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해 ‘우리가 남이가’라고 써붙인 펼침막을 철거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할 대목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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