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사협 전남지부장 임정국씨
안마사협회 전남지부장 임정국씨
“우리는 만져만봐도 실종자 가족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잠수사들은 근육 만지기 전에 피부에 손만 대도 아파해요”
“우리는 만져만봐도 실종자 가족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잠수사들은 근육 만지기 전에 피부에 손만 대도 아파해요”
“우리는 만져만 봐도 실종자 가족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안마·가족 안정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방에서 한 안마사가 땀에 흠뻑 젖은 채 나왔다. 2일 오전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안마사들은 진도체육관 복도에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남지부장 임정국(49)씨는 지난달 7일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다. 휴일도 없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하루 평균 30여명에 달했다. 지금은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임씨는 시각장애 1급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돕고 싶은 마음에 봉사에 나섰다고 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샤워 커튼 쳐놓은 게 전부였어요. 나중에 침대도 가져오고 칙칙한 담요 색깔에 기분이 상할까봐 담요도 하늘색으로 모두 바꿨어요.” 희귀병을 앓던 임씨는 서른살에 시력을 잃었다. 그 뒤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들어가 3년간 교육을 받고 안마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15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도 지금처럼 마음 아픈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이제는 몸만 만져 봐도 실종자 가족인지 아닌지 금세 알 수 있다고 했다. 손의 감각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족들이 지치고, 쪽잠을 자니까 몸의 균형이 안 맞고 모두 경직이 심하게 왔어요.”
그래서 임씨는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을 대할 때 조심스럽기만 하다. “남편이 지친 아내를 이끌고 온 적도 있어요. 5분쯤 지났을까. ‘나 좀 제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되냐’고 나지막이 얘기를 해요. 보니까 온몸에 열이 나요. 일단 병원으로 모셔갔죠.”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안마사 박아무개(46)씨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제가 그 심정을 아는데 어떤 말을 하겠어요. 그냥 안마를 마치고 쉬는 어머니의 등을 쓰다듬었어요. 그랬더니 눈물을 왈칵 쏟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번 안아드려도 될까요’라고 했어요.” 둘은 한참을 부둥켜안고 눈물만 쏟았다고 했다.
지난주부터는 수중 수색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들도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임씨는 지금까지 민간잠수사 10여명의 뭉친 근육을 풀어줬다. “이분들의 몸 상태는 가족들이랑 또 달라요. 근육을 만지기도 전에 피부에만 손을 대도 아파해요.”
진도체육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이 없어 대부분 시각장애가 있는 안마사들은 문에 부딪히는 일이 잦다. “저희는 괜찮아요. 마지막 한 가족이 남을 때까지 그 곁을 지키고 싶을 뿐이에요.” 안마사들은 자신의 손을 스스로 주물렀다.
진도/글·사진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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