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신원확인소, 24시간 대기
갖가지 방법으로 지문복원 시도
해경 해체 결정에 아쉬움 토로
“사고대응 노하우 사라질까 걱정”
갖가지 방법으로 지문복원 시도
해경 해체 결정에 아쉬움 토로
“사고대응 노하우 사라질까 걱정”
진도 팽목항에는 하얀 천막이 둘러쳐진 신원확인소(임시 시신안치소 2동, 검안소 2동)가 있다. 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희생자는 가장 먼저 신원확인소로 들어온다. 사고 초기와 달리 주검이 이따금 수습되는 요즘 이곳은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언제 희생자들이 옮겨질지 모르기 때문에 7명으로 구성된 팀들이 24시간씩 돌아가며 2교대 근무를 한다. 전국 해경에서 모인 형사계와 과학수사계의 베테랑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가족과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게 해주려고 가장 먼저 손부터 살핀다. 지문만 제대로 채취돼도 이르면 1시간 안에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 반면 유전자(DNA) 검사는 길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지난 6일 오전 발견된 조리사 김아무개(61)씨의 주검도 가장 먼저 이곳에 도착했다. 사고가 난 지 52일째에 발견됐지만, 조리사였던 김씨는 장갑을 끼고 있어 지문을 곧바로 뜰 수 있었다. 지난 5일 사고 현장에서 40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조충환(44)씨도 다행히 지문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었다.
모든 희생자의 지문을 금세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난 사고를 당해도 모두 같은 장소, 비슷한 온도에 놓여 있는 게 아니어서 희생자들의 상태는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사고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지문 확인은 어려워진다. 김연(43) 신원확인팀장은 “지문이 잘 안 나오면 80~90도의 물이나 얼음물에 담갔다 빼는 등 여러 방법으로 지문 복원을 시도한다. 물속에 오래 있어 쭈글쭈글해진 지문은 주사기를 이용해 피부 아래에 물이나 공기를 주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방법을 동원해도 감식이 어려우면 또다른 방식을 쓰기도 한다. 확보된 지문은 해경 본청으로 보내져 지문 자동검색 시스템에서 신원 확인을 한다.
이들은 축적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난 사고의 경우 사인이 무엇이든 조류 때문에 주검이 한곳에 있지 않으니까 연구를 많이 해요. 가령 서해, 동해, 남해에 사는 플랑크톤 종류가 다 다르니까 채취를 해서 연구를 하죠. 마신 플랑크톤을 분석해 어디서 떠내려왔는지를 추정하는 경우도 있어요.” 김 팀장은 해경 해체가 아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잘못된 건 바꿔야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가 흩어져 버릴까봐 걱정입니다.” 진도/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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