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혐의 인정하면서도
도피중인 김필배씨에 책임미뤄
도피중인 김필배씨에 책임미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방이 두달 가까이 묘연한 가운데, 그의 측근 8명의 첫 재판이 16일 열렸다. 이들은 횡령·배임 등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유 전 회장의 또다른 측근인 김필배(76·미국 체류중) 전 문진미디어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이날 오전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재욱)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송국빈(63) 다판다 대표 등 피고인들은 김 전 대표가 횡령과 배임의 주범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운영하고 있는 계열사 임원인 이들은 컨설팅비, 고문료, 상표권료, 사진값 등의 명목으로 회삿돈 30억~210억원을 유 전 회장 일가에 몰아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 등)로 기소됐다.
송 대표의 변호인은 “계열사에 대한 자문료 지급 등은 미국에 도피중인 김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 수행했을 뿐이며, 그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쪽도 “김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아 범행에 가담했고 가담 정도도 경미하다”고 항변했다.
고의성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변호인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프랑스 사진전시회 등을 동영상으로 보고 사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배임 혐의의 고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경석(53)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 쪽도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배임에 해당하는지 추후 재판 과정에서 심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모두 국민참여재판 진행은 거부했다.
한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유 전 회장 일가의 소유로 확인된 재산 213억원어치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려 추징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해 양도나 매매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인천/노현웅 김영환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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