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형성 이상증후군 노동자 승소
노출 벤젠농도 낮고 기간 짧았지만
“발병 촉진 원인이라 볼수있어” 판결
노출 벤젠농도 낮고 기간 짧았지만
“발병 촉진 원인이라 볼수있어” 판결
작업 중 노출된 유해물질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기준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린나이코리아에서 도장 작업 등을 주로 하다 골수형성 이상증후군 진단을 받은 김아무개(64)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1983년 린나이코리아에 입사해 페인트 도장 업무 등을 담당하다 1998년 백혈병으로 진행되곤 하는 골수형성 이상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2002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요양급여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한국산업안전공단은 김씨가 1986~1989년 사이에만 직접 도장작업을 했으며, 노출된 벤젠 농도도 낮아서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냈다. ‘벤젠 1ppm 이상의 농도에 10년 이상 노출’, ‘노출 기간이 10년 미만이더라도 누적 노출량이 연간 10ppm 이상인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법 시행령 34조가 그 근거였다.
이에 김씨는 소송을 냈고, 1·2심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3심 재판부도 “산재법 시행령에 명시된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업무 중 벤젠에 노출돼 백혈병이나 골수형성 이상증후군이 발병했다고 미루어 판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산재법 시행령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돼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며 “작업장 환경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라도 벤젠으로 인하여 백혈병, 골수형성 이상증후군 등 질환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질환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