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책자문위원회 권고
일반 민·형사사건 3심재판 전담
법률개정 등 설치까지 갈길 멀어
일반 민·형사사건 3심재판 전담
법률개정 등 설치까지 갈길 멀어
대법원이 일반 민·형사사건의 3심 재판을 전담하는 ‘상고법원’을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오연천)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고 상고법원 신설을 포함한 상고심 기능 강화 방안을 의결·권고했다. 자문위는 “대법원은 법령의 최종적인 해석을 통하여 통일된 법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이라며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너무 많아 최고 법원의 역할을 다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상고심 제도를 개선하여 대법원의 법령 해석 통일 및 정책법원 기능과 권리 구제 기능을 균형있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법원은 권고에 따라 상고법원 구성을 위한 구체안과 법률안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이유는 대법원 상고 사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2003년 1만9200여건이던 상고심 접수 건수는 지난해 3만6100여건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상고율도 2002년 25%에서 2012년 36%로 증가했다. 쏟아지는 일반 사건들을 처리하느라 대법관들이 정책 판단과 법률 해석이라는 본래 기능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를 해소할 대안으로는 상고법원 설치, 대법관 증원, 고법 상고심사부 설치, 상고허가제 도입 등이 검토됐는데, 자문위는 상고법원 설치를 선택했다. 상고심사부 설치나 상고허가제 도입은 ‘세 번 재판받을 기회’를 제한할 수 있어 국민의 거부감이 크고, 현재 14명(대법원장 포함)인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이 반대하고 있어 가장 무난한 ‘카드’를 집어든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는 별도의 상고법원 설치가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사실상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과 관련해선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것은 ‘3심제’이지 반드시 대법관에게 3심 받을 권리를 규정한 것은 아닌 만큼 위헌의 소지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고법원 설치까지는 길이 멀다. 법무부, 안전행정부 등과 조율을 거쳐야 하며 국회와 여론도 설득해야 한다. 법원조직법, 민·형사소송법,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등 손봐야 할 법률도 많다. 대법원 쪽은 “이제 첫걸음을 뗀 상황이다. 향후 구체안을 검토하면서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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