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안나 아선 라이크씨(한국 이름 김아선). 홀로 한국에 가 부모를 찾겠다는 아내를 위해 남편인 스웨덴 IOC 위원인 스테판 홀름씨는 “아내는 지금 친부모를 찾고 있습니다” 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스웨덴 입양아 안나 아선 라이크
IOC위원 남편 권유에 한국 찾아
2018년 평창 때 한국부모 만날 꿈
IOC위원 남편 권유에 한국 찾아
2018년 평창 때 한국부모 만날 꿈
“제 이름은 스테판 홀름입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입니다. 제 아내 안나 아선 라이크를 대신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아내는 1973년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지금 친부모를 찾고 있습니다.”
안나 아선 라이크(한국 이름 김아선·40·오른쪽)가 내민 종이에는 ‘남편의 편지’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홀로 한국에 가서 친부모를 찾겠다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들인 정성이었다.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돼 지금껏 살아온 그에게 ‘친부모 찾기’를 권한 것도 남편이었다. 한국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그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겨레>와 만나 “남편 덕에 용기를 냈다”고 영어로 말했다.
1973년 7월28일,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아선(왼쪽)씨는 서울 길음동에서 발견됐다. 낮 최고 기온이 31.9℃까지 치솟는 한여름 혹독한 더위 속에서 길 위의 아이는 살아남았다. 누군가 그를 길음파출소로 데려다 줬다. 경찰은 그를 서울시립어린이병원으로 인계했다. 9월 가정법원은 생년월일조차 알 수 없는 아이에게 성은 김, 이름을 아선이라 창설해 주었다. 이듬해 그는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아이가 없던 스웨덴 부부에게 입양됐다.
용기를 내어 한국에 왔지만 흔적은 많지 않았다. 파출소에서 작성한 서류에는 아이를 발견해 신고한 사람의 신상조차 적혀 있지 않았다.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는 그가 며칠간 머물렀다는 짧은 기록뿐이었다. “이후에 폐렴으로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에 ‘혹시 내가 아픈 아기라서 버려졌나’ 하는 생각을 할 뿐이죠.”
하지만 그는 어두운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좋은 (양)부모를 만났고 그 점에 지금까지 감사합니다.” 그가 입양되고 난 뒤 기적처럼 부모에게 아이가 생겼다. 그는 “부모님은 남동생과 나를 똑같이 사랑하고 아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쓸쓸한 기억이 없진 않다. 파란 눈에 하얀 피부를 가진 남동생에게 사람들이 “귀엽다”고 찬사를 보내다가 까무잡잡한 피부의 그를 보고 조용해질 때마다 어린 그는 어쩔 줄 몰랐다. “한국에 와보니 모두 나와 똑같이 생겼고, 자연스레 나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그는 스웨덴 국영 라디오방송국의 기자가 됐다. 스포츠 스타 인터뷰를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여섯살에 운동을 시작해 2만시간 이상을 훈련에 쏟아부은 선수로 잘 알려진 남편에 대해 그는 “2008년 은퇴하기 전까지는 정말 운동밖에 모르는 남자였다”고 말했다. 가정을 꾸리고 이제는 열살이 된 아들을 낳아 키우며 그는 “점점 생물학적인 부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은 요즘 엄마를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아이를 위한 요리책’을 낸 요리사이자 ‘똥의 여행’에 관한 동화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이제는 부모 처지에서 생각하게 돼요.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기에 나를 버렸을까. 혹시 나를 잃어버리고 애태우진 않았을까. 어떤 상황이든 만나고 싶습니다.”
그는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에 아이오시 위원인 남편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그때 한국 부모를 만날 꿈을 꾼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입양 당시의 안나 아선 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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