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팽목항에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내용이 적힌 노란 펼침막 뒤로 해경선이 지나고 있다. 진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월호 사고 실종자 발견 소식이 끊긴 지 18일로 열흘째다. 하지만 이날도 수색 현장 바지선에선 물밑을 뒤지는 잠수사들의 거친 숨소리가 여전했다. 지난달 4일부터 바지선에 음식 배달 봉사를 해온 현해 스님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12명과 그 가족 그리고 잠수사들을 기억해 달라”며 <한겨레>에 절절한 바지선 풍경을 전해왔다.
잠수사들이 희생자를 수습해 인양 작업이 이뤄지면 그때마다 바지선에서는 오열이 터졌다. 자식을 따라가겠다며 바다로 몸을 던지려는 부모를 가까스로 주저앉힌 경우도 많았다.
현해 스님은 지난 9일까지 10여차례 바지선을 방문했다. 그때마다 100~130인분의 식사를 날랐다. 입수 대기를 하는 잠수사들에게 음식을 건네고, 실종자와 잠수사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축원 의식’을 했다.
진도체육관이나 팽목항에 머무는 가족들에게 세월호 선체와 가장 가깝게 붙어 있는 바지선은 애끓는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족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바지선을 뱅뱅 돌면서 찾아야 해요. 부모들 입장에서는 바로 아래에 자식이 있는 거니까요. 무슨 일이 있을까봐 항상 조심해요.”
바지선에 탄 가족들은 잠수사들의 입수 현장을 직접 지켜본다. 혹시 주검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질까, 가족들은 숨을 죽인다. 바지선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물밑 잠수사들과 통신하는 소리만이 깔린다.
바지선에서는 수습된 희생자의 신원을 일단 육안으로 확인한다. “처음에는 찬 바닷속에 있었던 주검이 깨끗해서 부모들이 보면 바로 알아봤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못하네요.” 현해 스님은 “바지선이 세월호의 가장 슬픈 현장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주검을 찾은 가족들에게 잠수사는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한 어머니는 딸을 찾아준 잠수사를 꼭 찾아달라고 스님에게 부탁했다. 스님은 해군 잠수사 2명을 수소문해 연결해 주었다.
잠수사들도 어느새 실종자들의 아버지, 삼촌의 마음으로 수색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목욕탕 냉탕 온도가 16도라는데, 지금 바닷물 온도가 13도 정도랍니다. 파랗게 질린 잠수사가 커다란 담요에 싸여 이동하는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미어져요. 사명감이 아니면 할 수가 없는 일이죠.” 실종자 가족들은 바지선에 ‘잠수사 여러분은 희망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믿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었다.
하지만 동료 잠수사가 2명이나 숨지는 사고를 겪으면서 잠수사들에게는 피로보다 두려움이 더 앞선다고 한다. 불안과 두려움을 달래려 염주를 달라고 하는 잠수사도 많았다. 현해 스님은 후원을 받아 보리수 염주 150여개를 전달했다고 한다.
한편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18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관련해 “20일까지 1단계, 25일까지 2단계 수색계획을 세웠지만 계획이 지연되고 있어 7월에도 수색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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