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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할린 징용피해 후손, 한국국적 확인 첫 승소

등록 2014-06-20 19:45수정 2014-06-20 22:06

법원 “평생 무국적자로 고통받아
국민 지위 보장하는 게 국가 의무”
무국적 택한 동포에 파급력 클듯
일제강점기에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한인 후손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적확인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김명자(60·여)씨는 1954년 러시아 사할린섬(당시 소련령)에서 태어났다. 경상남도 출신인 김씨 부모는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본의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사할린으로 징용돼 강제노역을 했다. 1945년 일본이 패전했지만 강제징용된 한인들을 돌볼 나라는 없었다. 일본은 4만3000여명에 이르는 한인들을 내버려둔 채 점령지에서 물러났고, 승전국 소련은 한인들을 억류했다. 1946년과 56년 억류자 집단 송환 때 한인들은 빼고 일본인 29만여명만 전원 본국으로 귀환했다.

그런 와중에 태어난 김씨는 평생을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다. 소련 국적법은 “소련 영토 거주자 가운데 소련 공민이 아니면서 외국 국적과의 관계에 대한 증명을 갖고 있지 않은 자는 무국적자로 간주된다”고 규정했다. 일본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따라 “한국인은 일본 국적은 상실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소련은 한인들에게 소련 또는 북한 국적을 얻을 기회를 줬지만, 김씨 부모처럼 남쪽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은 끝까지 무국적자로 남았다가 귀향하지 못하고 세상을 뜨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소련과 수교한 뒤인 1992년부터 사할린 동포 영주 귀국 사업을 시행했지만, ‘1945년 8월15일 이전 사할린에서 출생자’ 등으로 그 범위를 제한했다. 수십년을 기다리고도 귀환 대상에서 제외된 김씨는 2012년 8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박연욱)는 “김씨 부모는 제헌헌법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김씨 역시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무국적 한인들은 일제에 의해 동원돼 조국과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현재까지도 무국적자로서 불이익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하는 사할린 거주 무국적 한인들이 우리 국민으로서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 및 기본권 보장 의무를 이행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무부를 통한 국적 판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송을 낸 것은 위법하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국적 취득 요건을 갖춘 사람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하는 것이지, 반드시 행정부가 국민으로 판정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소송을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김씨처럼 무국적자로 고통받고 있는 사할린 교포가 수백명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항소하는 대신, 그분들의 고통을 덜어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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