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비전문가’ 국정원장이 총책임
200만명 관람예상 행사 안전에 구멍
현장에서 테러작전 수행도 경찰 몫
정치권 ‘국정원 총괄’ 법개정 움직임
200만명 관람예상 행사 안전에 구멍
현장에서 테러작전 수행도 경찰 몫
정치권 ‘국정원 총괄’ 법개정 움직임
국가정보원장이 ‘안전 컨트롤타워’를 맡게 돼 논란(<한겨레> 6월12일치 10면)이 일고 있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개막을 90여일 앞둔 현재까지도 안전사고 대비 매뉴얼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원장이 안전을 책임지도록 한 관련 법의 개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의 인수위원회인 ‘희망 인천 준비단’은 22일 “인천시에 아시아경기대회 ‘안전사고 대비 매뉴얼 및 대책’을 요구했으나 ‘8월 중 완성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45개 나라 선수와 임원, 심판, 보도진 등 2만3000여명이 참가하고 국내외 2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 행사에 아직까지 안전사고 대비 매뉴얼조차 준비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전대책에 구멍이 뚫린 것은 ‘안전 비전문가’인 국정원장이 ‘테러 예방’을 이유로 안전 총책임자 자리를 맡은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지원법’에 따라 국정원장이 ‘대테러·안전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실무기구인 ‘대테러·안전대책본부’에도 국정원 직원들을 파견하는 등 대회 안전 관련 사항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 정보 수집이 전문인 국정원이 대테러를 제외한 안전대책과 관련해선 제대로 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조명우 인천시 부시장은 “대회 운영 안전은 대회조직위원회가 맡고 시설 안전은 인천시가 책임진다. 대형 재난사고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인천시가 책임진다”고 했다. 국정원이 주관하는 대테러·안전대책위원회 회의는 지금까지 딱 한 차례만 열렸다고 한다.
국정원이 안전대책을 총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대간첩·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건 경찰특공대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을 통제하거나 폭발물을 수거하는 등의 현장 조치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책임진다. 국정원은 현장에서 법 집행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도 국정원이 안전대책을 총괄하기로 한 방침에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장은 17일 국회 특위에서 “대테러·안전대책본부장을 국정원 차장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직위원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낸 대회 유치 신청서에는 경찰청장이 본부장을 맡는 것으로 돼 있다.
국회에서는 지금이라도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특위에서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대테러·안전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국정원장이나 국정원이 담당하는 시스템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원의 테러 중심 대책으로는 안전문제가 모두 담보될 수 없을뿐더러 현장성도 떨어진다. 법 개정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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