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학교 복귀 앞둔 학생들 ‘학교 돌아갈 때 두려운 것들’ 글 올려
정혜신 “아이들의 불안이 배어있는 글…어른들 꼼꼼히 읽어주길”
정혜신 “아이들의 불안이 배어있는 글…어른들 꼼꼼히 읽어주길”
오는 25일 학교에 복귀할 예정인 안산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이 쓴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의 호소문이 온라인에서 퍼져나가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으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글에서 학생들은 “원래 생활을 되찾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도움을 청하고자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생존 학생들은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할 때마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모든 일들이 죄짓는 일 같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요즘 여러 감정들이 순간순간 한번에 튀어날올 때가 많습니다. 눈물을 쏟다가도 배를 잡고 웃을 때도 있고 갑자기 우울해졌다가도 금방 웃기도 합니다. 혹시 거리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저희를 보시더라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또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괜찮냐고, 힘내라고, 고맙다고,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말아주세요.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시선과 이상한 시선을 보지 말아주세요.”
이 호소문에는 또 ‘우리가 학교에 돌아갈 때 두려운 것들’이라는 소제목으로 관련 내용이 생생하게 정리돼 있다. “교복, 2학년 이름표 등 내가 단원고 학생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주는 것들이 싫어요” “영화관에서 학생증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긴장됐어요. 마치 구경 당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단원고 2학년 학생이라고 아는 척하는 것이 너무 싫어요. 도망가고 싶어요” “기자들이 주변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단원고를 기자 출입금지 구역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등 6개 항목이다.
학생들은 끝으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들,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로 바라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안산에서 단원고 학생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치유활동을 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주에 아이들은 ‘학교 들어갈 때 가장 두려운 것들’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눈 내용을 정리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함께 둘러앉아 수십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아이들의 불안이 배어있는 글”이라며 “어른들이 꼼꼼히 읽어주어 살아온 아이들을 다시 사지로 몰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애초 이 글은 한 주가 시작되는 23일에 학교 주변 상가나 버스 등에 배포할 예정이었는데 하루 앞서 온라인에 올라왔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안산 단원고 2학년 생존 학생들이 쓴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호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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