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공덕동 사무실에서 언론 현황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민언련 이사장 고승우
원인 분석·대안 제시하기보단
유병언 수사 ‘중계 보도’ 열올려
정부 발표 옮겨적기에 바빴다
문창극은 박대통령 인사 참극
‘인사 무능’ 지적기사 더 많아야
원인 분석·대안 제시하기보단
유병언 수사 ‘중계 보도’ 열올려
정부 발표 옮겨적기에 바빴다
문창극은 박대통령 인사 참극
‘인사 무능’ 지적기사 더 많아야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언론은 이를 비판해야 하는 제구실을 다하지 못했다.”
고승우(66·사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이사장은 23일 서울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언론의 세월호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고 이사장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 정책으로 <연합뉴스>의 전신인 <합동통신>에서 강제 해직된 뒤 <말> 편집장, <한겨레> 부국장, <미디어오늘> 논설실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등을 거쳤다. 그는 지난 3월 민언련의 새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고 이사장은 “언론이 사회적 타살이나 다름없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고 차분하게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유병언 일가의 검찰 수사 진행 속보 등 ‘중계식 보도’에 열을 올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이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하니, 그것이 해결책인 양 옮겨 적기에 바빴다. 언론의 보도 자체가 굴욕적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보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자연스레 <한국방송>(KBS) 길환영 사장 해임 사태로 이어졌다. 그는 김시곤 전 케이비에스 보도국장의 폭로로 촉발된 청와대 보도외압 의혹에 대해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있었다”며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해선 무엇보다 케이비에스 내부 구성원들의 자각과 실천이 중요하다. 길 사장 해임으로 이어진 지금의 갈등은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공영방송이 ‘몰락’하고 <제이티비시>(JTBC)와 같은 종편이 부상하는 현상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이사회의 (사장 선출 때) 특별다수제 도입과 같은 공영방송의 기능을 살리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언론 환경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 언론 기능은 마비됐다”고 단정했다. “공정보도를 외치다 해직된 언론인이 아직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에 의해 장악된 공영방송은 정권에 불리한 사안을 왜곡·축소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 해직언론인 협의회’ 공동대표도 맡고 있는 그는 “각종 소송 등을 반복해가며 복직을 가로막고 있는 것 자체가 언론통제다. 박 대통령은 반드시 해직기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주먹을 꽉 쥐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같은 ‘폴리널리스트’(정치권을 기웃대는 언론인)들에 대해선 “언론인이 정권에 봉사한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다. <중앙일보>가 자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싸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인사에서 비롯된 참극인 만큼, 언론은 해당 언론인을 비판하는 것 이상으로 박 대통령의 인사 무능을 지적하는 기사를 더 많이 생산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진보매체의 ‘분발’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정보기관 등을 동원해 여론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전지구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며 “<한겨레>와 같은 진보매체들은 정부의 발표를 한 번 더 의심하고 정확한 사실검증을 한 뒤 보도해야 한다. 내년이면 창립 30돌을 맞는 민언련의 활동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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