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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손놓쳐 제자 죽었다”환각… 피해자 ‘불길 악몽’ 여전

등록 2014-06-25 20:04수정 2014-06-26 13:46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을 맞은 25일,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불이학교 박성린 교사가 온몸에 붕대를 감고 부인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박 교사는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3차례 피부이식 수술 등을 받았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을 맞은 25일,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불이학교 박성린 교사가 온몸에 붕대를 감고 부인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박 교사는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3차례 피부이식 수술 등을 받았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고양터미널 화재 한달…피해자들의 절규
화상 입고 겨우 생존한 스승과 제자
환각·피부이식수술 등 고통 시달려
피해 가족도 불면증에 정신과 치료

부상자대책위 “대기업 사과없어
CJ푸드빌·맥쿼리 등 빠져나가고
영세업체에 책임 떠넘길까 우려”
CJ푸드빌 “수사 결과 따라 책임질것”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가 발생한 지 한달이 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10층 입원실에는 경기도에 있는 한 대안학교 박성린(39) 교사와 4학년(고1 과정) 김아무개(17)양이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복도를 사이에 두고 입원해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고양터미널 화재로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3차례씩 피부 이식 등 수술을 받았다.

박 교사와 학생들은 사고 당일 인천시 강화군 볼음도로 4박5일 체험활동을 떠나기 위해 터미널 인근에서 오전 9시30분 버스를 탈 예정이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나온 두 사람은 비상약품을 사려고 터미널 지하상가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가 지하에서 올라온 시커먼 연기와 맞닥뜨렸다. 박 교사는 김양의 손을 잡고 뒤돌아서 필사적으로 뛰었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연기가 덮쳤다.

정신이 혼미해진 김양은 이대로 쓰러지면 두 사람 모두 죽을 것 같아 선생님이라도 탈출하라며 잡았던 손을 뿌리쳤다. 지옥의 불길에서 탈출한 박 교사는 김양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다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된 두 사람은 각각 24~30시간이 흐른 뒤 의식을 되찾았다.

“세월호나 고양터미널 사고나 기본을 지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들인데, 기본을 지키는 일이 그리 어려운가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잖아요.” 이날 병실에서 만난 김양은 이렇게 말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두 사람 앞에는 혹독한 치료 과정과 끝 모를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다. 김양은 “치료를 받으면서 살아 있는 게 더 힘들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은 마음을 고쳐먹고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몸의 35%에 3도 화상을 입은 박 교사는 “눈을 감으면 환상과 환각 증상, 악몽이 되풀이돼 힘들다”고 했다. “남편이 ‘내가 손을 놓쳐 제자가 죽었다’고 울먹이는 등 사고 충격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박 교사의 부인 송은영(40)씨는 말했다. 박 교사의 아버지 박관모(80)씨도 한 달째 거의 잠을 못 이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 발생 한 달이 되도록 씨제이(CJ)푸드빌 등 사고 관련 업체들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여서 힘들다고 호소한다. 화재는 건물주 맥쿼리자산운용으로부터 지하 1층을 임차한 씨제이푸드빌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으며, 8명이 숨지고 중상자 5명을 포함해 110명이 다쳤다.

부상자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은 김양의 아버지 김성욱(47)씨는 “씨제이 쪽이 지금은 치료비를 내고 있지만 치료와 재활에 몇 년이 걸릴지 몰라 앞날이 불안하다. 씨제이 쪽이 최근 구속된 그룹 회장은 건강이 안 좋다고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도, 유족과 부상자의 고통을 외면하며 사과 한마디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무리한 공사를 강행한 씨제이 쪽과 건물 관리 책임이 있는 맥쿼리 등 대기업은 빠져나가고 하청을 받은 영세업체와 용접공에게 책임을 몰아가려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푸드빌 쪽은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책임질 부분이 나오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양터미널 화재 사고 수사 결과를 다음달 중순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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