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3월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대검 간부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실제 상황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지는 왜곡.’
백과사전에 있는 ‘기저효과’ 또는 ‘반사효과’의 뜻풀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그나마 무난하게 조직을 이끌어오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면, 이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전임자들 덕일 수 있다.
2009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여파로 임채진 총장이 퇴진한 뒤 총장에 취임하거나 물망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6월 공안통인 천성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하지만 지명 직후부터 각종 ‘스폰서 의혹’이 쏟아지더니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의 거짓 답변까지 드러나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대타로 들어선 김준규 전 총장은 검찰 수장답지 않은 경박한 언행으로 입길에 오르곤 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경 갈등이 극에 달한 2011년 6월 국정원 정보요원(IO)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들켜 망신을 당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기자들과 회식 자리에서 사다리타기 추첨으로 50만원씩 들어 있는 돈봉투를 돌리기도 했고, 이 여파로 국회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이 20억원 삭감돼 일선 검사들한테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로비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국철 전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과 사적으로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으며, 사교클럽인 서울클럽(옛 서울사파리클럽)으로 대검 간부들을 불러 업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등 튀는 행동이 이어졌다.
직속 부하인 대검 중앙수사부장과 정면충돌을 벌이다 물러난 한상대 전 총장은 정도가 더 심했다. 김광준 전 부장검사 10억 뇌물 수수 사건으로 검찰이 위기에 몰린 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에 대한 ‘봐주기 구형’ 지시 등으로 크게 인심을 잃은 그는 반전의 계기로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반발하는 최재경 중수부장(현 인천지검장)을 상대로 보복성 감찰을 지시했으나, 이례적으로 대검 참모진들까지 들고일어나 퇴진을 강요받은 끝에 조직을 떠나야 했다.
여러 해에 걸친 수준 이하의 수뇌부가 이어지면서 한편으로는 부장검사가 거액의 뇌물을 받고, 검사가 조사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이어지며 검찰 조직의 위신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4월 채동욱 전 총장이 취임한 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에 성공하며 잠시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국정원과 대립하다 엉뚱하게 ‘혼외자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