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딸을 버린 20대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는 7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유기)로 고아무개(27·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고씨를 도운 혐의(방조)로 내연남 김아무개(27)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3월23일 오후 7시께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의 한 아파트 앞 들머리에 자매인 세 아이가 함께 서 있었다. 아이들은 곧 온다던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소리에 집 밖에 나온 주인 할머니는 집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이 증손녀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아이들은 나흘 전 이혼한 할머니 손자 박아무개(27)씨의 8살·4살·2살배기 딸들이었다.
할머니와 손자 박씨는 평소 왕래가 없어서 할머니는 손자 박씨가 고씨와 이혼했다는 소리만 언뜻 전해들었다. 할머니는 아이들의 어머니 고씨가 양육권을 주장하며 아이들을 데려갔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박씨는 아이들을 맡을 형편이 되지 않았고, 세 딸은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다.
큰딸은 “엄마랑 아저씨가 곧 돌아온다고 동생들과 기다리라고 했는데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 어머니 고씨는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약 4개월이 지나서야, 광주시 광산구의 내연남 김씨 집에서 붙잡혔다. 고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그동안 자신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와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고씨는 경찰에서 “전 남편이 직장도 없고 생활이 어려워 이혼을 했다. 지금 남편과 새롭게 시작하는 데 아이들이 걸림돌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어 아이들을 시댁에 데려다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전 남편 박씨는 “일자리도 구하고 아이들과 거처할 집을 마련하면 아동보호기관에서 아이들을 데려올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나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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