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위헌 취지로 보아야”
벌금형 원심깨고 지법으로 환송
‘한정위헌 결정’ 효력은 인정 안해
2007년뒤 야간시위 유죄 확정자
재심 청구 통해 구제 가능할듯
벌금형 원심깨고 지법으로 환송
‘한정위헌 결정’ 효력은 인정 안해
2007년뒤 야간시위 유죄 확정자
재심 청구 통해 구제 가능할듯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자 대법원도 ‘결국’ 자정 전 야간 시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2009년 9월 어느 날 저녁 7시15분부터 9시까지 ‘용산 참사’ 규탄 촛불문화제를 열고 행진한 혐의로 기소된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각급 법원에 계류된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 시위를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집시법 10조 위반 사건 390건에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집시법 10조 위반죄로 이미 유죄가 확정된 이들도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3월에 집시법 10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자정 이전 시위는 처벌하면 안 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헌재가 이미 이렇게 결정했는데도 이번 사건이 주목을 끈 것은 두 기관의 권한 다툼 때문에 대법원이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률 조항 자체를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단순위헌 결정이 아니라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며 내놓는 한정위헌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법률 해석은 법원의 고유 권한이라는 인식에서다. 헌재는 집시법 10조에 대해 ‘자정 이전 시간대에도 시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며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재 결정의 취지는 따르되 자신들 체면은 살리는 묘안을 내놨다. 헌재 결정을 한정위헌이 아니라 일부위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일부위헌이란, 법조문의 일부 구절만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 부분은 주문의 표현 형식에도 불구하고 일부위헌의 취지로 봐야 한다”며 “따라서 헌재법이 정한 위헌 결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는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라는 법률의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것으로, 대법원은 이를 일부위헌 결정으로 판단했다. 한정위헌 결정에는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헌재 결정에 대해 해석을 달리해 전향적 판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헌재가 논란의 여지가 없는 헌법불합치 또는 단순위헌 결정을 했더라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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