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법외노조 철회 및 교원노조법 개정,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 등을 주장했다. 연합뉴스
교사 5000여명, 학부모·학생, 야 5당, 노동계 ‘7·12 교사 대회’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세월호 참사 해결 등 4대 사항 촉구
“전교조는 ‘봉선화 연정’…손대면 톡 터져 참교육 퍼트릴 것”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세월호 참사 해결 등 4대 사항 촉구
“전교조는 ‘봉선화 연정’…손대면 톡 터져 참교육 퍼트릴 것”
지난달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화 1심 판결 이후 최대 교사 집회인 ‘7·12 교사대회’는 법 밖으로 내몰린 교사들이 벌인 한바탕 축제였고, 전교조가 혼자가 아님을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 교사들은 유머와 풍자로 정부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학부모, 학생, 야 5당, 노동계는 학생들은 교사대회에 참가한 교사들의 곁을 지켰다.
전교조는 12일 오후 5~7시 서울 여의도 공원 문화마당에서 ‘7·12 교사 대회’를 개최했다. 16개 지부 5000여명의 조합원들이 상경버스를 타고 서울로 집결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및 교원노조법 개정,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 친일·극우·표절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등 4대 요구 사항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결의문을 통해 “전교조를 가장 전교조답게, 노동조합답게 만든 9명의 해직 선생님들에게 죄가 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은 죄’다. 사학비리를 보고 눈감지 않는 죄, 성적으로 학생들을 차별한 학교장과 맞선 죄, 교육 개혁과 통일 운동에 앞장 선 죄,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가시밭길을 선택한 죄”라며 법외노조화의 빌미가 된 9명의 해직 조합원들을 감쌌다. 이어 “정부가 존재 근거도 없는 시행령을 무기 삼아 해직교사를 쫓아내라고 하기에 그럴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헌법·국제규범·양심에 근거해 박근혜 정권의 패륜적 요구를 당당히 거부한 것”이라며 법치주의를 허물고 있는 쪽은 박근혜 정부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전교조 조퇴 투쟁 당시 결의문을 낭독했다가 교육부에 의해 형사 고발된 이성윤 교사도 다시 한번 마이크를 잡고 투쟁사를 외쳤다. 전남지부 광양중등지회 광양실업고교에 재직중인 이 교사는 “조퇴 투쟁 때 ‘법외노조 판결 철회하라’ ‘교원노조법 개정하라’ ‘세월호 특별법 개정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쳤더니 며칠 뒤 교육부에서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 학교에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연수에 참가하려고 교사 44명 중 25명이 조퇴해야 했고, 학생들은 오전 수업 뒤 하교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을 학습권 침해로 고발하지는 않겠지만, 누가 학습권을 침해하고 누가 고발 당해야 하는지 기자들이 정확히 보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이어 “전교조는 ‘봉선화 연정’이라고 생각한다. 손대면 톡하고 터져 이 세상에 참교육의 씨앗을 더 널리 퍼트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 씨앗들이 자라나 이 땅에 참교육의 물결이 넘쳐날 것이고, 성난 물결이 되어 밀어닥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악법은 법이 아니기에 지킬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깨부숴야 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단순히 교원노조법만을 개정하는 투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1800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단결권을 무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 투쟁의 맨 앞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교육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고 교육이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었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지켜만 보지 않기 위해 전교조를 세웠고, 서로를 격려하며 이 길을 걸어왔고, 세월호 참사 앞에서 4월16일 이전과 이후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고 다짐했다. 교원노조법과 노동조합법 개정투쟁에 더해, 교육 민영화 저지, 역사 왜곡 저지 등 아무리 많은 과제가 있더라도 그 일이 우리의 과제라면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이용길 노동당 대표,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 등 야 5당 대표단도 교사대회 현장을 찾아 연대의 뜻을 밝혔다. 특히 우 최고위원은 “해고자 9명 있다고 법외노조라 하고 단체교섭도 안 되고 방 빼라는 조처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우리는 국제노동기구(ILO) 규정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회원국이다. 국제규약에도 맞지 않는 교원노조법 조항을 가지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박근혜 정부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교원노조법 개정에 함께 하겠다”고 지지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맨 앞에 서겠다고 하시니 정의당이 바로 뒤에 서겠다”는 유머로 힘을 보탰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과 전남 별량중학교 학부모 합창단 등 학부모·학생들도 전교조를 지지하려고 교사대회 현장을 찾았다.
교사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각오도 어느 때보다 다부졌다. 전교조 몸짓회 ‘전설’ 조합원은 “고교 때 처음으로 전교조 선생님들을 만났는데, 학생들을 아끼고, 학교 비리 투쟁에 앞장섰고,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며 연가 투쟁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이셨다. 교사가 되면 그런 선생님들과 같은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법외노조화 이후 우리가 위축되고 사기가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시련과 탄압에 더욱 강해지는 게 전교조다. 지난 25년간 전교조를 지켜온 것은 정부의 인정도, 교원노조 지원도 아닌 조합원 선생님들의 연대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의 인내와 연대가 있어 전교조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교조 교사들은 1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의 초록빛 잔디 위에 거대한 노란 리본을 새겼다. 교사들이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제자들을 추모하려 몸으로 만든 ‘리본 퍼포먼스’였다. 교사들은 리본 대형으로 앉아 노란 종이를 들어올리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전교조 경북지부, 전남지부, 광주지부 교사 1000여명은 이날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노란 리본 만들기 대국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리본 퍼포먼스가 끝난 뒤에는 노란 종이로 종이배를 접어 서울시청 분향소에 전시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교사들은 뙤약볕이 내리 쬐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올바른 해결 촉구!’라는 손팻말 아래로 모여들었다. 교사들은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 “철저한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라” “전교조 탄압하는 박근혜 정권 물러가라” “참교육 지켜내고 전교조 사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남 순천 별량중학교에 재직중인 한 교사는 “세월호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아울러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 지명 철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등의 조처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별량중은 전체 교사 12명 중 7명이 행사와 집회 참가를 위해 상경했고, 그 다섯배에 이르는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들과 동행했다. 중2와 중3 두 자녀를 별량중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 백미옥(41)씨도 가족들과 함께 선생님들의 곁을 지켰다. 백씨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같은 학부모로서, 우리 자식들을 그렇게 잃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참사 이후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지역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백씨는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관련해서도 “전교조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25년간 한결같이 지켜온 길을 무너뜨리려는 조처다. 전교조 없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별량중 3학년 주지혜(16)양은 “세월호 참사의 억울함을 전국민에게 알리고 싶어서 참여했다. 정부가 배 안에 갇힌 친구들을 한명도 구하지 못해 실망했고, 이후 대처 과정을 보면서 나라가 걱정됐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 10일 서울고법에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외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21일까지 노조 전임자 복직 여부를 보고하고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직권면직하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서 한 어린이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법외노조 철회 및 교원노조법 개정,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 등을 주장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사전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법외노조 철회 및 교원노조법 개정,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 등을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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