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무장헬기·호위함 등 관련 31건
사진 찍거나 복사해 통째로 넘겨
대령은 입건, 중령·소령 구속기소
방산업체 브로커 2명도 구속기소
사진 찍거나 복사해 통째로 넘겨
대령은 입건, 중령·소령 구속기소
방산업체 브로커 2명도 구속기소
군사기밀을 통째 유출한 혐의로 영관급 장교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군사기밀 거래 브로커와 밀착해 술집 접대는 물론 현금과 선물 등을 받으며 기밀을 무더기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장교들까지 낀 커넥션이 적발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외국 방위산업체 ㅋ사의 이사 김아무개(51)씨는 2008년 2월부터 수시로 군부대를 드나들며 현역 장교들과 친분을 쌓았다. 김씨는 현금 수백만원을 건네거나 고급 유흥주점에 데려가 장교들의 환심을 샀다. 기타 연주가 취미인 군 간부에게는 기타를 선물하고, 회식비로 쓰라며 체크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여직원을 장교들과의 등산과 저녁식사 자리에 불러내 동석시키기도 했다. 신분을 감추려고, 군부대를 드나들 땐 쌍둥이 형의 신분증과 여권을 사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렇게 ‘포섭’된 군 간부들은 김씨에게 거리낌 없이 군사기밀을 건넸다. 국군기무사령부 수사 결과를 보면, 공군본부 기획전력참모부 박아무개(46) 중령은 국지공역감시체계 등 3급 군사기밀을 넘겨주고 현금 500만원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방위사업청 국책사업단 조아무개(45) 소령도 소형무장헬기 탐색개발 결과보고를 제공하고 유흥주점에서 두 차례 접대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 소속인 방위사업청의 최아무개(47) 대령은 비행실습용 훈련기 구매계획 등을 메모해 넘겨주고 그 대가로 250만원짜리 기타와 유흥주점 접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장교들의 기밀 유출 수법은 대담했다. 비밀문건을 휴대전화로 찍어 카카오톡이나 이메일로 전송하고, 심지어 회의록 전체를 복사해 통째로 넘기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가 입수한 기밀은 차기호위함(FFX) 전력추진 사업, 소형무장헬기 사업, 항공기 항재밍(Anti-Jamming) 지피에스(GPS)체계, 중장거리 유도무기와 관련된 2·3급 군사기밀 31건이다. 김씨는 수집한 기밀을 국내외 25개 방위산업체에 이메일로 보내줬고, 이 업체들이 기밀을 활용해 계약에 성공하면 매출액의 1%가량을 수수료로 챙길 예정이었다. 김씨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수익을 얻지는 못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중령과 조 소령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최 대령은 입건한 뒤 추가 수사중이라고 15일 밝혔다. 민간인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김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해군 대위 출신인 염아무개(41) ㅋ사 부장도 이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공군 중령 출신 ㅋ사 정아무개(59) 컨설턴트, 방위산업체 ㅎ사 신아무개(48) 부장은 김씨에게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비밀의 일부를 메모 형태로 유출하던 종래의 방법을 뛰어넘어 아예 통째로 복사해 직접 전달한 초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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