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 ‘매일기록부’에 10차례 등장
검찰총장, 직무정지하고 수사 지시
검찰총장, 직무정지하고 수사 지시
‘강서 재력가 살인사건’의 피해자 송아무개(67)씨가 쓴 ‘매일기록부’(금전출납부)에 현직 정아무개 검사가 10차례 등장하고, 그에게 모두 1780만원을 건넸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본부에 정 검사의 금품수수 의혹을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정 검사의 직무를 정지했다. 그러나 정 검사는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송씨의 매일기록부에는 수원지검 정아무개 부부장검사에게 10차례에 걸쳐 1780만원을 줬다고 적혀 있다. 검찰이 이날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제출받은 매일기록부 ‘별지’ 등에 정 검사에게 2005년 다섯 차례에 걸쳐 580만원을 준 것을 비롯해 2011년까지 100만~500만원씩 건넸다고 나온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이 그동안 검사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잘못된 설명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불과 하루 전까지도 정 검사가 매일기록부에 두 차례 등장하고 수수 의심 액수도 30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쪽에서는 수수 의심 금액이 훨씬 많다는 말이 흘러나와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혼란이 벌어진 경위에 대해, 경찰이 매일기록부를 검찰에 제출하기 전날 송씨 아들이 가져가 일부 내용을 지우고 ‘별지’를 떼어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상호 서울남부지검 차장은 “14일 송씨 유족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생활이 담긴 내용과 현직 검사를 포함해 공무원 이름이 등장하는 대목을 23차례 지운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송씨 아들이 매일기록부의 이름들을 수정액으로 지운데다,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 정 검사, 정치인 등과의 ‘거래’ 내용이 적힌 뒷장을 떼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매일기록부 뒷부분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 검사 관련 내용을 결과적으로 축소해 설명하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검사가 송씨 가족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워달라고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수사에도 참여한 바 있다.
경찰도 매일기록부 ‘별지’ 사본을 사건 송치 때 제출하지 않았다가 검찰이 요구하자 이날 비로소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하는 의문스런 행태를 보였다. 경찰은 매일기록부를 검찰에 제출했을 뿐 그 사본 등을 일절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혀왔다. 경찰의 행동이 해당 검사를 따로 수사하려는 자료 축적 차원인지, 경찰관들을 포함한 금품수수 혐의 공무원들을 은폐하려는 것이었는지를 비롯해 왜 송씨 아들에게 매일기록부를 돌려줬었는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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