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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친구야 보고 싶다, 지켜봐줘”
‘먼저 간 친구들 이름으로’ 단원고생들 국회로

등록 2014-07-15 21:57수정 2014-07-16 20:41

세월호 사건에서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15일 오후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혀달라고 주장하며 안산 단원고를 출발하여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출발해서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안산/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세월호 사건에서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15일 오후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혀달라고 주장하며 안산 단원고를 출발하여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출발해서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안산/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어요”
“단식 농성 부모님들에게 힘 보태려”
학생들 스스로 ‘도보 행진’ 합의
추모 손수건 목에 두르고
노란 깃발 가방에 꽂고 길 나서
생존 학생 38명도 나란히 걸어
학부모들 “치유의 길 될 것”
“마음 아프고 고맙고 미안하다”
거리 시민들도 격려 응원 보내
교복 반팔 상의에 체육복 반바지를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로를 따라 걸었다. 한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아스팔트 위라 숨이 턱턱 막혀왔다. 자기 얼굴에, 친구 얼굴에 번갈아가며 바쁘게 부채질을 해댔다. 가끔 웃고 떠들면서도 발걸음은 차분했다.

“친구들이 왜 죽었는지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어요. 단식농성하는 부모님들에게 힘을 보태드리려 이렇게 걷고 있어요.”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박아무개군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향한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 전에 인대를 다쳐 오른쪽 다리에 두터운 깁스를 한 학생도 한여름 47㎞를 걸어야 하는 도보행진에 참여했다. “먼저 간 친구들을 위해 도보행진을 끝마치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여학생과 함께 가다가 시비 거는 사람과 다투다 이렇게 됐다”며 놀렸다.

단원고 생존 학생 도보 행진 경로
단원고 생존 학생 도보 행진 경로
세월호 사고에서 친구와 선생님을 잃은 단원고 2학년 학생 38명은 오후 5시 단원고를 출발했다. 학부모와 교사, 시민지원단 20여명도 함께했다. 신아무개군이 출발에 앞서 편지를 읽었다. “지난 4월16일 온 국민이 보았습니다. 저희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들은 법을 모릅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나섰습니다.”

학생들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추모하는 손수건을 목에 둘렀다. 둘러멘 가방에는 그들을 기리는 노란 깃발을 하나씩 꽂았다. ‘이○○ 보고 싶다, 지켜봐줘’ ‘친구들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친구가 친구를 향해 보내는 글들이 빼곡했다.

몸이 마른 한 학생은 다리가 불편한 듯 절룩거리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힘들어요. 그런데 이렇게 힘들 줄 알고도 시작한 거예요”라고 했다. 친구들 때문에 걷는다고 했다. 이내 학생의 목이 메었다. “위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아들의 행진에 따라나선 한 아버지(57)는 “아직 아이들이다. 함께 모여 있을 때는 괜찮은데, 자기 혼자 있을 때는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픔을 함께하려고 이렇게 같이 걷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가족대책위 회원, 시민단체 대표와 시민들이 15일 오전 350여만명이 서명한 세월호특별법 입법청원 서명지를 든 채 국회 잔디밭에서 추모 리본을 만들며 국회의사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의화 의장에게 서명지와 입법청원서를 전달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가족대책위 회원, 시민단체 대표와 시민들이 15일 오전 350여만명이 서명한 세월호특별법 입법청원 서명지를 든 채 국회 잔디밭에서 추모 리본을 만들며 국회의사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의화 의장에게 서명지와 입법청원서를 전달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학생들이 걷는 길을 따라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시민들은 옅은 박수와 따뜻한 위로의 말로 학생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곁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은 속도를 줄였다. 페이스북을 보고 학생들을 격려하러 나왔다는 안산 시민 장화숙(35)씨는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이 마음 아프고 고맙고 미안하다”며, 1시간 넘게 학생들 곁을 따라 걸었다. 안아무개(48)씨는 “안산 와동에서 매일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학생 90여명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희생된 친구들의 이름표 6~7개를 가방에 달고 행진에 나선 여학생을 보니 마음이 찢어진다. 아이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며 응원했다.

학부모들은 생존 학생들의 도보행진을 ‘치유의 길’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참사의 목격자, 피해자로서 진실을 알고 싶어합니다. 이렇게 걷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치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저녁 6시50분께 친구 103명이 잠들어 있는 안산 공설묘지에 들러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역 주민들이 챙겨준 저녁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뒤에도 빨간 경광등을 흔들며 서울을 향해 걸었다. 밤 8시40분께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와 마주치기도 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밤늦게 경기도 광명시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에서 하루를 묵었다.

학생들은 16일 오전 국회의사당까지 16㎞를 더 걷는다. 그곳에선 잃어버린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안산/김규남 허승 기자 3strings@hani.co.kr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단원고 생존 학생들 도보 행진 [한겨레포커스]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15일 오후 국회와 서울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학부모들을 위로하고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행진에 나서 밤늦은 시간 경기 시흥시 목감 나들목을 지나고 있다. 학생들은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학생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시흥/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15일 오후 국회와 서울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학부모들을 위로하고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행진에 나서 밤늦은 시간 경기 시흥시 목감 나들목을 지나고 있다. 학생들은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학생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시흥/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15일 오후 국회와 서울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학부모들을 위로하고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행진에 나서 밤늦은 시간 경기 시흥시 목감 나들목을 지나고 있다. 학생들은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학생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시흥/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15일 오후 국회와 서울 광화문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학부모들을 위로하고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행진에 나서 밤늦은 시간 경기 시흥시 목감 나들목을 지나고 있다. 학생들은 16일 오후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다.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학생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시흥/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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