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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 박정희도서관’ ‘김대중도서관’엔 ○○이 없다

등록 2014-07-16 15:20수정 2014-07-16 18:09

박정희도서관(왼쪽)과 김대중도서관(오른쪽)의 입구.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박정희도서관(왼쪽)과 김대중도서관(오른쪽)의 입구.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한국의 ‘대통령도서관’ 가봤더니
‘김대중도서관’ㆍ‘ 박정희도서관’… 단순 전시 너머 소통의 장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박정희도서관)을 찾은 전택영(68)씨와 아내 이평화(65)씨는 지난 3일 장맛비가 내리던 날 나란히 거닐며 전시물을 둘러봤다. 전씨는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아는데, 기념관에 오니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며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아내 이씨도 “생전에 박 전 대통령을 워낙 좋아했다. 새마을 운동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로 개관 2년째인 박정희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유품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는 조형물들로 꾸며져있다. ‘오늘 수출 내일의 번영’이란 글씨 아래엔 1960~70년대 여공들이 가발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싸우며 건설하자’는 구호 아래엔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 정책인 새마을 운동 코너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친필문서나 육영수 여사의 유품들을 볼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 산업화 시기의 향수를 떠올리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대통령이 옛날에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기말고사가 끝나고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김대중도서관)을 찾은 정재민(16) 군은 대통령이 입던 의상을 흥미롭게 들여다 봤다. 김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착용했던 수의, APEC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이 입었던 의상도 볼 수 있다. 코너 한 쪽에는 가수 마이클잭슨이 보낸 편지, 이희호 여사가 옥중에 있는 김 대통령에게 보낸 손편지 등이 그대로 전시돼있다. 수십년 전 직접 손으로 쓴 이 여사의 ‘깨알 같은’ 글씨체를 보며 대통령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다. 대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신촌과 홍대입구역 사이에 위치해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박정희도서관 1층 전시실 내부의 '싸우며 건설하자' 코너.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박정희도서관 1층 전시실 내부의 '싸우며 건설하자' 코너.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붕어빵엔 붕어가 없고, 대통령도서관엔 ○○이 없다

“도서관에 책은 몇 권 있나요?(기자)

“도서관은 개관을 안 한 상태고 전시관만 관람가능 합니다.”(박정희도서관)

“도서관에 책은 얼마나 있나요?”(기자)

“2010년 연세대 중앙도서관으로 장서를 이전해서…”(김대중도서관)

하지만 이들 도서관에는 사실상 ‘도서관 기능’이 없다. 박정희도서관은 연면적 1603평에 3층짜리 건물이지만, 현재 기념관으로 꾸며진 1,2층만 개방하며 공공도서관으로 지어진 2층 절반과 3층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조건으로 기념재단이 공공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 기념관만 운영되고 있다. 조홍래 박정희도서관 전문위원은 “서울시와 기부채납 문제로 도서관을 열 준비가 아직 안 됐다. 언제쯤 열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초기에 기증된 2만여권의 도서 중 1만7000여권을 2010년 연세대 중앙도서관으로 이전했다. 장신기 김대중도서관 연구원은 “규모가 크고 대학생들의 접근이 쉬운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장서를 보관할 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현재 1,2층에 걸친 전시실과 지하층의 컨벤션홀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아쉬워하는 시민도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관람객 유아무개(40) 씨는 “대통령 본인이 보던 도서가 기증된 도서관이라고 해서 왔는데 막상 와보니 책이 부족하다. 전시실 위주라 오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중도서관 1층 전시실 내부의 '노벨평화상 수상' 코너.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김대중도서관 1층 전시실 내부의 '노벨평화상 수상' 코너.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전시ㆍ홍보 중심이 아닌 소통ㆍ통합의 장으로

‘대통령도서관’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미국의 경우, 도서관 조직은 ‘도서관’과 ‘박물관’으로 양분되며 주기능을 ‘도서관’에 둔다. 기념물 관람 등 개인의 업적을 알리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역사의 기록과 정보 공유 같은 ‘공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되게 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대통령도서관의 주기능은 전시실이 아닌 도서관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정태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는 “해당 대통령에게 자랑스럽고 유리한 자료만 수집, 비치하는 기념관이 아니라 역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견해까지 다양한 사료가 보존돼 대통령도서관의 설립 취지와 공적 기능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김대중도서관장은 “현재 김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알리는 전시 기능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료보존과 연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화 사업도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사진·편집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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