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목숨끊어…100억대 도박사이트 적발
“엄마에게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고 거짓말한 돈, 대출금 400만원…. 다 인터넷 도박으로 잃었어요. 먼저 가는 저를 용서해 주세요.”
부산의 한 전문대 학생이던 이아무개(25)씨는 6월19일 집(경남)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죄송합니다’로 시작한 짧은 유서에서 ‘할부로 산 최신형 휴대전화를 헐값에 팔아 게임했는데도 다 잃었다’며 ‘안해야지 했지만 잃은 돈을 생각하니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후회했다.
이씨를 죽음은 경찰이 인터넷 도박사이트(3gogame.com)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이트는 이아무개(41), 김아무개씨 등 일당 4명이 도박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미국에 서버를 두고 지난 2월부터 운영해 왔다.
이들은 ‘가입하면 현금을 준다’는 스팸메일에 속아 가입한 회원들에게 6개월여 동안 모두 100억원대의 화투, 카드, 카지노 현금 게임을 하게 하고 딜러비 명목으로 게임비의 10%인 11억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무원, 의사, 교사, 목사, 간호사, 대학생, 법무사 등 모두 1119명이 회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박아무개(34)씨 등 69명은 300만~2900만원까지 게임비로 쏟아 부었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5일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도박개장)로 베트남에 살고 있는 이씨 등 4명을 국제 수배하고 회원 박씨 등 70명을 상습도박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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