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인도에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수습 중인 현장의 모습. 광주/연합뉴스
헬기사고 희생자들은
정성철 기장 5305시간 비행경력 ‘베테랑’
정성철 기장 5305시간 비행경력 ‘베테랑’
“소방관이란 이름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희생’을 각오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자질이다.”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이은교(31) 소방사가 평소 동료나 후배 소방관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그는 자신이 늘 하던 말대로 세월호 참사 현장 수색작업을 벌이다 결국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이 소방사와 함께 팀을 이뤄 활동했던 배명진(43) 정비대원은 “이 소방사는 팀 막내로 항상 밝고 사명감에 불탔다”고 말했다.
특수구조단에서 함께 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호(34)씨는 “평소 소방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더니…”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소방사는 불과 사고 1시간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을 촉구하는 중앙대 김택 교수의 ‘소방관들의 정당한 외침’이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이 소방사는 오는 9월 결혼을 앞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강원소방 1호기의 팀장인 정성철(52) 소방경은 맡은 일을 철저히 해내기로 유명할 뿐 아니라 집에서는 ‘효자’였다. 비행시간이 5305시간에 이르는 그는 항공교관 자격뿐 아니라 3개국의 헬기 운송용 조종사 면허를 보유한 베테랑이었다. 평소 “헬기는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그는 팀원간 화합을 위해 자비로 음식을 준비해 등산을 하는 등 팀원들을 가족처럼 챙겨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또 장인과 장모를 모시는 등 효자로도 소문이 났다.
육군에서 20년간 조종사로 근무한 뒤 준위로 전역한 박인돈(50) 소방위도 산악사고와 폭설 등 악조건에 대비해 야간 비행 훈련과 장애물 대응 훈련을 주관할 정도로 소문난 ‘훈련광’이었다.
정비사인 안병국(38) 소방장은 공군에서 14년간 항공기 기체 정비를 담당한 뒤 전역해 강원소방본부 안에서 ‘항공기 정비통’으로 통한다. 동료 직원들은 “최근 안 소방장의 아버지(78)가 급성폐렴으로 위독해 경기도 성남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쉬는 날이면 통원 간호를 하는 등 소문난 효자였다. 최근에는 몸을 단련하기 위해 헬스클럽에도 다니는 등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전사 중사 출신인 신영룡(42) 소방교는 쉬는 날이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둘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등 ‘딸 바보’로 통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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