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피살 재력가 ‘매일기록부’ 등장인물…처벌 가능할까

등록 2014-07-17 20:12수정 2014-07-17 22:08

검사·경찰·국회의원 등
당사자 숨져 진술 확보는 불가능
기록부 증거 인정 여부 엇갈려
대가성 증명 난관…전망 어두워
‘강서 재력가 살인 사건’의 주요 증거물인 ‘매일기록부’(금전출납부) 등장인물로 국회의원까지 거론되고, 대검찰청 감찰본부와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가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이들의 처벌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뇌물 수사의 핵심인 공여자가 숨진 상태여서 수사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뇌물 수사의 기본은 돈을 건넨 사람의 진술 확보다. 하지만 송아무개(67)씨는 숨지고 없다. 검찰은 대신 송씨의 큰아들을 주목하고 있다. 정아무개 검사 등 장부에 나오는 몇몇 공무원을 아버지와 함께 만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송씨 아들이 돈 전달 장면을 봤다고 진술한다면 수사는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버지가 ‘뒷돈’을 건네는 자리에 아들을 데리고 나갔겠느냐는 상식적 의문도 제기된다. 서울남부지검은 17일 장부에서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이나 정 검사 등에 관해 별도로 정리한 내용을 찢어버린 혐의(증거인멸)로 송씨 아들을 입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송씨 아들에게 증거인멸을 시킨 자가 있는지, 왜 장부를 훼손했는지 확인해야 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매일기록부’가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다. 원칙은 작성자가 법정에서 ‘내가 작성했다’고 증언해야 한다. 작성자가 사망했다면 ‘특신상태’(특별히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자료라는 것)가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갈린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달랑 한장짜리라면 몰라도 10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적어왔다면 당연히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부장판사는 “특신상태 인정은 매우 까다롭다. 수정액으로 원작자가 고친 흔적이 있기 때문에 신뢰성에 금이 갔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대가성도 관건이다. 2010년 특별검사가 기소한 ‘스폰서 검사’ 4명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돈을 받은 것은 인정됐지만 뇌물죄 성립 요건인 ‘직무관련성’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씨는 2005~2011년 10차례에 걸쳐 1780만원을 정 검사에게 건넸다고 장부에 적었다. 3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 검사가 강서구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지 않을 때다.

지금까지 알려진 2006년 이후를 기록한 장부 외에 1991~2005년 돈거래 장부까지 등장해 수사 대상자는 늘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명이 ‘사정권’에 들었다. 장부에는 현역 국회의원에게 200만~300만원씩 줬다는 내용과 식사 대접 등의 용도도 쓰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짧게는 7년, 1억원 이상 수수는 10년이다. 2007년 이후 뇌물을 받았다면 처벌이 가능하고,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라면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처벌할 수 있다. 송씨는 주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가성이 드러나도 시효 때문에 처벌을 면할 사람이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로 수사가 쉽지 않으리라는 게 검찰 안팎의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이 불거졌으니 수사는 해야 한다. 기소가 어렵다면 각 기관에 통보해 징계라도 받게 해야겠지만 (결과만을 놓고 보면)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wonch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