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자율형 사립고에서 체육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로 가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21일 오후 ‘지정 취소 항의’ 기자회견
“교장연합회, 총동문회가 서로 연대해 저지할 것”
“교장연합회, 총동문회가 서로 연대해 저지할 것”
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이번 주중에 지정 취소 대상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자사고 교장들이 21일 오후 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방침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은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교장연합회, 총동문회가 서로 연대해 저지할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오면 법정투쟁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용복 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배재고 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반계 고등학교는 이미 2000년대에 붕괴되었다”며 “이걸 전부 자사고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이건 좀 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반고 전성시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의 확대를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으로 꼽으며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자사고의 지정 취소를 공약한 바 있다.
자사고의 정원(7500명)은 서울 시내 일반고 1학년 학급수가 2200여 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1학급당 2~3명에 불과한데도, 자사고가 일반고 황폐화를 초래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김 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과고, 외고, 특수고, 전문계고와 같이 한꺼번에 같이 분석해야 할 것이지 ‘자사고만의 문제다’하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과고, 외고는 특수목적을 가지고 설립이 됐으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사고는 그것도 아닌데 지금 일반고와 구별이 되면서 공부 잘하던 아이들이 몰리다 보니까, 그나마 한 반에 두세 명이라도 빠져나간 일반고는 분위기가 더 처지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지적에 대해 김 회장은 “과고 외고는 극우수자라고 해서 건드리지 않고, 자사고는 그보다 극우수자는 아니지만 중간 성적의 아이들이 와 있다고 해서 그거를 해체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를 않는다”고 답했다.
고액 등록금으로 인한 ‘귀족 학교’ 논란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1년에 약 한 300만 원 정도 등록금을 더 낸다. 한 달에 한 25만 원 가량 더 드는 건데, 고교 시절에 한 달에 25만 원 투자해서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면 대한민국 어느 부모가 그 학교를 보내지 않겠냐”며 “우리 학교는 귀족학교가 아니고 그저 교육적 열망이 다소 높은 학부모님들이 자제분들을 보낸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등록금뿐만 아니라 학교운영지원비, 기숙사 및 급식비 등 학생 1명이 부담해야 할 경비를 모두 합할 경우,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서울 하나고는 연간 1331만 6005원, 부산 해운대고는 1030만 967원의 교육비가 든다. 웬만한 대학교 교육비 수준보다 높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김 회장은 또 조 교육감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14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실제로 필요한 금액은 4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년에 (일반고와 등록금 차이가) 1인당 한 320만원 가량 되니까 정원이 400명이면 1개 학년에 필요한 돈이 12억이다. 첫 해에는 2개 학년이니 합쳐서 25억이고, 두 번째는 한 12~3억 정도가 되는데, 2년 동안 40억가량을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청에서 제시한 금액은 14억인데 이거 가지고는 저희들이 교육 활동을 할 수가 없다”며 “참고로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작년도 법정부담금하고 법정 전입금이 13억이다. 그 정도 지원금액으로는 저희들이 그런 중점학교를 운영하기가 상당히 곤란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만약에 자사고를 지정취소한다면, 우리 ‘자율형 사립학교 법인연합회’ 그 다음에 최대의 피해자로 생각되는 ‘학부모 연합회’ 그리고 우리 교장연합회 그리고 총동문회가 서로 연대하여 저지할 생각”이라며 “법정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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