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경찰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라고 밝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1992년 세모 사기사건 선고공판, 오대양사건 관련해 대전지검에서 조사, 사진작가 %!^a아해%!^a로 활동하는 유 전 회장 모습. 2014.7.22(서울=연합뉴스)
유씨 공소권 없음, 자녀들 사법처리는 ‘진행형’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3개월간 숨가쁘게 달려온 검찰 수사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죽음이라는 엉뚱한 결말을 맞았다.
검찰은 당초 유씨 일가가 계열사 돈을 빼돌려 청해진해운을 부실하게 운영,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입증하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춰왔다.
유씨에 대한 수사는 횡령·배임 등 경영 비리를 씨줄로, 세월호 증축 과정에 관여해 참사의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날줄로 엮어 진행됐다.
아직 유씨의 자녀들에 대한 수사가 남아있지만 ‘정점’에 있는 유씨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는 참사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묻는데는 상당부분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씨 일가 2천억대 횡령·배임…세월호 증축 지시도=세월호 참사 직후 발족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씨 일가의 경영 비리에 칼날을 들이댔다.
검찰이 밝혀낸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 범죄 혐의 규모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2천400억원이다.
개인별 혐의 액수는 유씨 1천291억원, 장녀 섬나(48)씨 492억원, 장남 대균(44)씨 56억원, 차남 혁기(42)씨 559억원 등이다.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 범죄는 △상표권 사용료 △고문료 △경영자문료 내지 컨설팅비 △사진구입대금 내지 사진사업 출자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씨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내부 조직도에 회장으로 명시됐으며 월 1천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아왔다.
유씨와 자녀들은 평소 상표권과 특허권 등을 등록한 뒤 이를 계열사 법인명이나선박의 이름, 판매 제품명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사용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씩 지급받았다.
실제 ‘세월호’는 혁기씨가, 청해진해운의 또다른 대형선박 ‘오하마나호’의 이름은 대균씨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들은 ‘세월’과 같은 특별할 것 없는 상표권 사용 대가로 유씨 일가에 매달 계열사 매출액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했다.
형식상 경영자문 내지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뒤 수십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고문료와 상표권료 지급에는 유씨와 자녀들이 각각 소유한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인 ‘붉은머리오목눈이’와 ‘SLPLUS’, ‘키솔루션’, 섬나씨가 대표로 있는 디자인컨설팅회사인 모래알디자인 등이 이용됐다.
유씨 일가 계열사 및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은 유씨 사진 작품집 ‘아해 컬렉션(AHAE COLLECTION)’이나 사진을 이용한 달력 등 소품을 고가에 구입하는가 하면 유씨의 해외 사진전시회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사진판매 담당 계열사인헤마토센트릭라이프 유상증자 등에도 참여해 회삿돈을 몰아줬다.
경영 비리와 별개로 검찰은 유씨 신병을 확보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직접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해 왔다.
검찰은 이미 김한식(72·구속기소) 청해진해운 대표로부터 유씨가 회사 관련 주요 사항을 모두 보고받았고 세월호의 복원성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공소권 없음’…자녀들 사법처리 가능성은 남아=검찰은 유씨 일가의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이들이 검거망을 피해 모두 잠적하면서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유씨가 두달여가 넘는 도피 끝에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유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결국 ‘공소권 없음’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의 사망이 최종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수사가 유씨는 물론 일가 대부분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자녀들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남 대균씨는 유씨와 마찬가지로 검찰 소환 조사에 불응한 채 잠적해 현재 검·경이 1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균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을 시도했다가 출국금지 조치 때문에 불발됐다. 이후 검경의 끈질긴 추적에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역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차남 혁기씨와 장녀 섬나씨는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이중 섬나씨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의 고급 아파트에 머무르다가 지난 5월 27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섬나씨는 불구속 재판 신청이 기각되면서 오는 9월 17일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항소법원이 인도 결정을 내리더라도 섬나씨가 불복해 상소하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해 실제 범죄인 인도까지는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검찰은 인터폴에 요청해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씨의 적색수배령을 내리는 한편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한 상태다.
다만 혁기씨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멕시코 등으로 밀항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사법당국이 혁기씨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국내 강제 송환되기까지에는 최소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씨의 사망에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는 절차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연합뉴스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엠블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2014.7.22(순천=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